2006년 7월 출간돼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던 독일과 프랑스의 공동 역사교과서가 이르면 오는 9월 번역·출간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한·중·일 공동 역사교과서 편찬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사례로 언급했던 그 교과서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이 교과서의 출간 직후부터 번역 출판을 추진해왔으며 지난해 말 번역을 끝내고 현재 편집 등 마무리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독일과 프랑스가 세계 최초로 국가 간 공동 역사교과서 편찬에 착수한 것은 2003년 1월.양국 간 화해·협력을 천명한 엘리제조약 체결 40주년을 계기로 베를린에서 열린 독·불청소년의회가 공동 역사교과서 출간을 제의했고,양국 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편찬을 추진했다.

독일과 프랑스 중심의 유럽사를 다룬 이 고등학생용 교과서는 전3권으로 구성됐으며,1945년 이후를 다룬 현대사 부문 1권이 2006년 나온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1814∼1945년까지의 근대사 부분 2권이 출간됐다. 사진,도표,연설문,신문기사 등 다양한 자료를 싣고 있으며 양국의 역사 인식이 완전히 동일하지 않은 데도 자국 중심의 역사인식이나 자기 우월감,상대방에 대한 비하나 왜곡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공산주의나 미국 등 이해를 달리하는 부분은 내용의 차이가 약간 있지만 그럴 경우 단원 뒷부분에 서로의 견해차에 대해 따로 설명해 놓았다.

이 책의 번역 출판을 총괄 담당한 서현주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나폴레옹 이래 4차례의 전쟁을 치르며 역사적 앙숙 관계인 양국이 만든 공동 역사교과서는 이들이 역사적 갈등을 어떻게 풀어왔는지 연구할 수 있는 중요한 소재일 뿐만 아니라 한·일 역사 갈등 해결의 참고서가 될 것"이라고 출판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독·불 공동 역사교과서 편찬에는 3년 남짓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70년 이상의 준비과정을 거쳤다는 설명이다. 1차 세계대전 후 전쟁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 아래 1930년대부터 양국의 교과서 개선운동이 지속돼 왔으며 일찍부터 청소년교류원을 만들어 교류폭을 넓혀왔다. 양국 공동교과서는 이 같은 노력의 결정체라는 것이다.

따라서 한·중·일 역사교과서 편찬도 당장 실현하기는 어렵지만 동북아 지역공동체 형성을 위한 장기적 미래기획으로서 추진해야 한다고 서 위원은 지적했다. 교과서 편찬에 앞서 청소년,교사,학자 등의 교류와 공동연구 등을 통해 쟁점을 최소화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하고 정부 간 공동 노력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재정 서울시립대 교수도 지난 15일 동북아역사재단이 '일본 역사교과서의 재조명'을 주제로 연 세미나에서 한·일 간 역사 갈등을 해소하려면 역사 인식에 대한 양국 역사 연구자와 교육자 등의 대화를 통한 이견 축소,자국중심의 역사 인식에서 벗어난 유연한 자세,민간차원의 평화적 교류와 연대,상대방의 역사와 문화를 한·일 관계사의 시각에서만 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한·중·일 공동 역사교과서 편찬에는 매우 긴 시간이 필요하며 장기적·체계적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학계는 지적하고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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