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곤 감독의 '숙명'은 한류의 부활을 꿈꾸는 영화다.

한류 스타 권상우와 송승헌에 지성 김인권 박한별까지 가세했으니 호화 캐스팅이다.

영화는 폭력조직에 몸담은 남자들의 빗나간 우정과 욕망을 그린다.

중간 보스인 우민(송승헌)이 친구 철중(권상우)의 배신으로 감방에 갔다가 출소하면서 갈등은 시작된다.

우민의 또다른 친구인 도완(김인권)은 폐인이 됐고,애인인 은영(박한별)은 보스의 성 노리개가 돼 있다.

그럼에도 철중과의 대결을 원하지 않았던 우민은 결국 참을 수 없는 분노와 맞닥뜨리게 되는데….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는 철중이다.

그는 친구를 배신할 만큼 야심차지만 여동생을 아끼는 등 잔정이 많은 인물.그가 휴대폰 통화 도중 출입문에 부딪히거나 등산복을 입은 조직원을 '산이나 타'라고 혼내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쏟아진다.

'살인의 추억'의 송강호처럼 인간미도 넘친다.

악역을 맡은 권상우의 연기 변신은 성공적이다.

반면 우민은 거의 완벽한 남자로 묘사되지만 그 때문에 캐릭터적인 매력은 떨어진다.

우수에 찬 송승헌의 눈빛은 멋지지만 거친 분노를 담아내는 데는 역부족이다.

구성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우민이 철중에게 복수를 다짐하게 되는 계기는 설득력이 약하다.

철중과 우민의 죽음 역시 비극적이라기보다 허무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안타깝게도 한류 스타들의 잘 생긴 모습을 보는 수준에서 만족해야 할 작품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20일 개봉.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