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첫방송 MBC '뉴하트'에서 의사역 맡아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려면 주름이 있어야죠. HD 촬영은 두렵지 않습니다."

배우 조재현(42)은 거침 없었다.

자신감이 넘쳤다.

고집스럽게 인간적인 의사의 길을 걸어가는 드라마 속 캐릭터가 현실에서도 느껴졌다.

드라마 '피아노'와 '홍콩 익스프레스', 영화 '한반도' 등에서 강한 카리스마를 드러냈던 그가 이번에는 세파에 흔들리지 않는 꼿꼿한 의사로 브라운관을 찾는다.

12일 첫 방송하는 MBC TV 수목드라마 '뉴하트(극본 황은경, 연출 박홍균)'다.

그는 4일 오후 흑석동 중앙대학교병원에서 진행된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출연 섭외를 받고 의학 드라마라 고민을 했고, 대본을 보니 캐릭터가 너무 훌륭한 의사라 또 고민을 했다"면서 "훌륭한 캐릭터라도 부족한 면이 있어야 인간적이기 때문에 그런 면을 보완해 연기를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극중에서 명문 광희의과대학병원의 흉부외과 신임 과장인 최강국 역을 맡았다.

윗선에 줄을 대는 것을 체질적으로 싫어하는 그는 자신이 최고의 엘리트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러면서 의사로서의 고집을 강하게 지켜나간다.

"규칙과 원칙이 있더라도 그에 앞서 환자를 들여다보는 안목이 있는 의사가 훌륭한 의사라고 생각해요.

제 아버지가 암 수술을 받았을 때 집도의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잘 부탁한다'고 매달린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의사의 반응은 차가웠고, 그 의사를 미워하기도 했어요.

극중에서 최강국도 고위 정치인의 수술을 빨리 해달라는 병원장의 요청에 자신의 고집을 지킵니다.

돌이켜보면 제 아버지를 수술한 의사처럼 누구에게나 공평한 의사가 훌륭한 의사가 아닐까요.

"
최근 안방 극장에서는 '하얀 거탑' '그레이 아나토미' 등 의료 드라마가 시청자의 눈 높이를 한껏 높여 놓은 상태. '뉴 하트'도 다른 의학 드라마와의 비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른 의학드라마를 본 적이 별로 없지만 그런 드라마가 어떤 느낌을 줬는지는 전해 들었습니다.

그런 비교는 중요치 않다고 생각해요.

우리 드라마가 인간적이면서도 의사의 본분을 지키는 이들의 실제 모습을 얼마나 생생하게 그려내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실제 심장 수술 장면을 몇 차례 참관했다.

최강국의 실제 모델인 서울삼성병원 이영탁 교수와 만나 술자리를 가진 적도 있다.

"이 교수님은 지나치게 좋은 분이라 요즘은 만남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그런 좋은 모습만 보일까봐서죠. 오히려 나만의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나가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분이 가진 의사로서의 순수한 열정은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의학 용어 하나 더 외우는 것 보다는 '인물이 어떤 생각으로 행위하는가'에 접근하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
그러면서 그는 촬영 때 겪은 에피소드를 하나 들려줬다.

대학병원에서 야외 촬영을 할 때 한 할머니가 심장에 문제가 생겨 응급실에 실려 왔는데 30분 만에 사망한 일을 소개했다.

"흉부외과는 심장을 다루는 분야죠. 심장병은 멀쩡한 사람을 갑자기 죽게 할 수 있어요.

반면 치료가 되면 내가 언제 아팠느냐는 듯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도 있습니다.

살고 죽는 것이 극단적으로 표현되는 것인 심장 관련 질병인 것 같아요.

"
한편 그는 예전 출연 드라마와 달리 이번에는 HD 카메라 앞에 서야한다.

HD 카메라는 얼굴의 잔주름까지 미세하게 담아내기 때문에 배우들은 외모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된다.

"보톡스를 맞을까도 생각했죠. 하지만 놔 두기로 했어요.

이런 휴먼 드라마에서는 없는 주름도 만들어야 하잖아요.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려면 오히려 주름이 있어야 해요.

(얼굴에 주름이 있지만) HD 촬영은 두렵지 않습니다.

"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