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고 아담한 구상 작품이 미술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반추상 작품에도 매기가 붙기 시작했다.

서울 인사동 청담동 등 화랑가에서는 김보현을 비롯해 곽훈 하상림 이준 황용엽 석철주 김선두 김혜련 이두식 문성 등 반추상 화가의 전시가 줄을 잇고 작품 가격도 연초보다 10~20% 정도 올랐다.

반추상화는 사람 동물 집 나무 해 등 대상을 은유적이나 철학적으로 해석,표현하는 미술장르.미국 유럽 등 해외 미술시장에서는 게르하르트 리히터,게오르그 바젤리츠,마르쿠스 뤼페스,막스 노이만,토머스 리크 등 이른바 '신표현주의 작가들'이 인기를 끌며 반추상화 시장을 이끌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이들 그림을 찾는 사람이 적지만 세계 미술시장의 흐름이 반추상 쪽으로 움직이자 일부 컬렉터들이 일찌감치 매수에 가담하는 것으로 보인다.
半 추상그림에도 '매수 세력'

지난 26일 아이캠갤러리에서 개인전을 끝낸 국내 최고령(93세) 화가 전혁림씨의 경우 '사자'세력이 몰리면서 출품작 40여점이 호당(22.7㎝X14㎝) 200만원에 모두 팔려 나갔다.

또 포도 및 사과 등의 이미지를 신표현주의 기법으로 그려내는 40대 작가 김혜련씨 작품에도 매기가 붙고 있다.

지난달 독일 마이클슐츠 갤러리 전속 작가로 영입된 이후 가진 김씨의 첫 개인전에서는 출품작 10여점이 전시 초반에 매진됐다.

원로작가 황영성 황용엽,중견작가 김선두의 반추상화 작품 역시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황용엽씨는 '마니프 서울국제아트페어'에서 출품작 15점이 호당 100만원씩에 팔려 나갔고 지난 21일까지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지하 2층 갤러리H에서 작품전을 연 황영성씨의 '가족이야기'시리즈도 좋은 반응을 보였다.

이달 선화랑 통인화랑에서 각각 개인전을 끝낸 김선두씨 전시 작품 총 30여점도 호당 20만~30만원에 새주인을 찾아갔다.

전시가 열리기 전에 주문이 밀려드는 경우도 있다.

다음 달 1일부터 한달간 예화랑에서 개인전을 갖는 곽훈씨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기'시리즈 4점 등이 낙찰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예약이 이어지고 있다.

요즘 곽씨의 작품은 완성도에 따라 호당 50만~100만원을 호가한다.

자연의 실체를 현대적 감성으로 풀어내는 석철주(호당 40만원),'기억의 보따리'를 그리는 김웅(호당 30만원),반추상 형식으로 '축제'를 표현하는 이두식(30만원),꽃과 새 등을 소재로 '인연'을 묘사하는 김기철(호당 20만원),한지작업을 하는 전광영 함섭 등도 작품값이 오르는 추세다.

필립강갤러리 강효주 대표는 "미국과 유럽 등 해외 미술시장에서는 독일의 신표현주의가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면서 "발빠른 컬렉터들은 이미 구상 작품을 내다 팔고 반추상화 작품을 사들이기 시작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