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이제 내 비밀을 가르쳐줄게.아주 간단한거야.세상을 잘 보려면 가슴으로 보아야 한다는 거지.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거든….'('어린왕자' 중에서)

재프랑스 화가 정일씨(50ㆍ경인대 교수)의 그림에는 프랑스 소설가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속 주인공처럼 순수한 이야기가 묻어있다.

오는 24일~11월6일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펼쳐지는 그의 개인전에는 하늘나라를 배회하는 남녀('꽃비'),어머니가 아끼던 빨간 장식장 위에 앉은 새의 행복나누기('기다림'),연인의 은밀한 밀어('호수가에서') 등 동화적인 소재들을 화려한 색채와 간결한 선묘로 그려낸 근작 40여점이 소개된다.

그의 작품은 특별한 '기교' 없이 새와 촛불,피아노,꽃병,테이블 등 일상의 소박한 사물들에 리듬감을 부여,캔버스 위에 부유하듯 배치했다.

꼼꼼하게 색을 고르고 물감을 여러겹 덧칠해 화면에 오톨도톨한 질감을 주는 등 많은 공을 들이는 것이 특징이다.

작가는 "잃어버린 사물에 대한 애착,내가 어렸을 때 동경했던 풍경을 화면에 부활시키는 게 재미있다"면서 "작품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바쁜 일과에 쫓기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어린시절의 추억을 소생시켜 줌으로써 일상의 긴장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익대 서양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뒤 1990년 독일 카셀대에서 수학한 정씨는 그동안 국내외를 오가며 30여회의 개인전을 개최,역량을 인정받았다.

(02)734-0468

김경갑 기자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