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이후 예능프로그램 판도 변화

'무개념, 무형식, 무스타'


TV 예능 프로그램 판도가 바뀌고 있다.

특별한 형식이나 특별한 의미 없이 연예인들이 떼거지로 몰려나와 떠들고 노는 스타일의 프로그램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는 것. 게다가 출연하는 연예인들이 대단한 스타가 아니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물론 현재 예능계 '절대지존'인 MBC TV '무한도전'의 영향 때문.

'무한도전'이 바꾸고, KBS2 TV '해피선데이-1박2일'(이하 '1박2일'), SBS TV '이경규 김용만의 라인업'(이하 '라인업) 등 후발주자들이 '진화' 시키고 있는 '3무 버라이어티쇼'들이 안방극장을 파고들고 있다.

방송계에서는 이들 프로그램의 특징으로 '무개념, 무형식, 무스타'를 꼽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무스타' 대신 '무대포'를 꼽기도 한다.

◇아무 개념이 없다

버스와 달리기 시합을 하고 목욕탕 물 퍼내기 경쟁을 펼친다.

또 성대모사와 고교 체력장 대결을 펼치고 갑자기 '뽀글 퍼머'도 한다.

여기에 무슨 개념ㆍ의미가 있을까.

그런데 우리가 놀 때 언제 개념 정의를 했던가.

이들 프로그램은 친한 연예인들끼리 모여 낄낄거리며 노는 모습을 보여준다.

심하게 바보 같고, 심하게 정신없다.

그런데 그게 바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것.

'무한도전'을 보며 "남자들끼리 모이면 진짜 저렇게 놀아"라며 즐거워했던 시청자들은 '1박2일'과 '라인업'을 보며 같은 재미를 발견한다.

프로그램을 위해 모이긴 했지만 실제로 평소 친하게 지내는 연예인들로 구성돼 있다보니 자연스러운 교감 속 예기치 않았던 상황과 재미가 잇따라 펼쳐진다.

친밀감 속에 튀어나오는 즉흥성과 돌발성은 개념 없는 이들 프로그램의 가장 큰 묘미다.

◇아무 형식이 없다

'라인업'은 '어처구니 없는 대결의 현장'이라는 모토를 내세운다.

이경규 김용만 김구라 신정환 윤정수 이윤석 김경민 붐 솔비 이동엽 이광채 등이 '리얼하다 못해 처절한' 대결을 펼치는 것.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대결 과제의 한계는 없으며, 잘 못할 경우 가차없이 편집된다.

'라인업'의 하승보 SBS 책임프로듀서는 "'라인업'이 '무한도전'과 다른 것은 생존을 위해 대결을 펼친다는 점이다.

두 MC 이경규와 김용만의 눈에 들기 위해서라면 어떤 과제에도 뛰어든다는 개념"이라고 밝혔다.

'무한도전'의 유재석 정형돈 노홍철 하하 박명수 정준하가 그냥 논다면, '라인업'은 존경하는 선배의눈에 들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논다.

'6남자의 야생로드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1박2일'은 놀긴 노는데 더 나아가 '야생'에서 노는 차별점이 있다.

강호동 지상렬 이수근 은지원 노홍철 김종민이 산촌, 어촌, 농촌으로 MT를 떠나는 것. 놀러가는 MT에 형식이 있을리 만무하다.

'1박2일'의 김시규 KBS 책임프로듀서는 "'1박2일'은 장소에서 오는 답답함 등으로 인해 '1박2일' 전에 방송하던 '준비됐어요' 코너를 조금 바꾼 것"이라며 "'무한도전'은 멤버들이 어떤 이슈에 도전하는 콘셉트라면 '1박2일'은 연예인들이 이슈가 되는 고장에 가서 1박2일간 벌어지는 상황과 현지 풍물, 풍경, 상황을 담아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타가 없다 / 거침이 없다

이들 프로그램은 유재석, 강호동, 이경규, 김용만 등 MC는 특A 급 스타지만 다른 출연진은 그렇지 않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특히 '무한도전'의 경우는 초반 1년 여 시청률이 한자릿대로 저조했을 때 "스타가 나오지 않아 그렇다"는 지적도 받았다.

'스타 시스템'을 과감히 깨는 도전이었던 것. 물론 프로그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지금은 출연진 모두가 스타로 부상해 '스타 시스템'이 돼버렸지만 출발은 결코 그렇지 않았다.

'라인업'의 경우는 "제가 프로그램이 이것 하나밖에 없잖아요"라는 둥 방송 도중 연예인 스스로 인기 없음을 인정하는 '비굴 모드'를 선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MC에 비해 스타성이 떨어지는 이들 프로그램들의 출연진들이 MC 보다 더 시청자들의 관심을 끈다는 것. 이는 이들 MC들이 스스로를 낮추면서 다른 출연진들을 효과적으로 끌어올리는 솜씨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유재석이 몸을 던져 먼저 망가지는 솔선수범의 자세로 '무한도전'의 중심을 잡아주지 않았고, '1박2일'이 강호동 아닌 다른 MC를 내세웠다면 두달 여 팀워크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또한 '무스타' 대신 거론되는 '무대포'는 어찌보면 이들 연예인들이 스타가 아니기 때문에 온갖 창피한 상황을 무릅쓰고 거침없을 수 있는 까닭이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자신과 연예인 사이에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 내 모습을 그들 안에서 발견하는 재미를 느낀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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