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트랜스젠더들의 생애는 대체로 애절하면서도 기구하다.

'크라잉게임'에서는 자기 존재를 드러낼 수 없었고,'헤드윅'에서는 배신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왕의 남자'의 공길도 비극적 운명에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신작 한국영화 '천하장사 마돈나'(공동 감독 이해영·이해준)는 꿋꿋하면서도 흥겨운 트랜스젠더를 그려냈다.

남자 주인공이 여자로 변신하는 과정은 코믹하고도 유머러스하다.

치밀한 구성과 풍성한 캐릭터는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이 영화는 제목이 시사하듯,팝스타 마돈나가 되고 싶은 씨름 천하장사에 관한 이야기다.

힘센 뚱보소년 동구(류덕환)는 성 전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남성성의 상징인 씨름 세계에 입문한다.

그러나 그는 남과 다른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향해 매진하는 인물이다.

열패감에 사로잡혀 있는 동구 아버지와 선배 씨름선수 등 보통사람들과 비교되면서 동구라는 인물은 더욱 빛을 발한다.

이 때문에 독특한 소재가 지닌 한계성을 극복하고 보편적인 이야기로 거듭났다.

동구역의 류덕환이 '하리수'와 같은 얼짱 트랜스젠더가 아니라 남성들의 시선을 끌 수 없을 법한 뚱보 트랜스젠더로 설정된 게 이채롭다.

그것은 영화가 무거운 드라마로 빠지지 않고 가벼운 코미디가 되도록 지원했다.

뚱보가 마돈나 춤을 추는 장면에서는 웃지 않을 수 없다.

씨름 입문과 배우기 과정도 전혀 눈물겹지 않고 코믹하다.

코치(백윤식)는 화장실에서 작전 지시를 하고,한 씨름선수는 상대 선수의 몸과 닿으면 간지러워 키득거린다.

또 다른 선수는 번쩍 들어올린 상대 선수의 콧수염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하고 쓰러진다.

대부분의 씨름 장면에서 싸움의 전략은 의도적으로 배제돼 있다.

반면 동구의 불우한 가정 환경에 대한 묘사는 최루성 신파에 빠지지 않았다.

대신 일상적인 감성과 유쾌함을 포착해 울림이 커졌다.

이 작품 탄생의 배경에는 공동 작가 출신인 감독의 협업이 한 몫을 했다.

이해영과 이해준 감독은 '커밍아웃' '품행제로' '아라한장풍대작전' 등을 공동 집필한 뒤 여기서 연출자로 데뷔했다.

그러나 코엔 형제처럼 연출과 제작으로 역할을 분담한 게 아니다.

한 사람이 현장에서 연기 지도를 하면 나머지는 카메라 동선을 체크하는 식으로 현장에서 협업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