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 연휴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긴 편이다.

27,28일까지 월차 등으로 쉴 수 있다면 열흘가량을 놀 수 있다.

추석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고향으로 혹은 여행지로 발길을 돌리지만 영화관은 여전히 놀고 쉴 수 있는 좋은 공간.충무로는 올해도 추석 대목을 겨냥한 좋은 한국 영화들을 많이 선보인다.

벌써부터 추석을 노린 기대작들이 속속 개봉되고 있다.

올해 추석 한국 영화는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코미디 및 가족애와 중년의 삶 등을 다룬 내용이 대세다.

◆추석에는 역시 코미디물

지난해 추석 연휴에는 도박사들의 이야기 '타짜'가 코미디 '가문의 부활'을 누르고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

멜로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도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면서 '추석같은 명절에는 무조건 코미디'라는 충무로의 공식이 수년 만에 깨졌다.

하지만 올해도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을 비롯한 기획 코미디물이 속속 개봉되고 있는 것을 보면 '명절에는 그래도 웃어야 한다'는 충무로의 믿음은 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시네마서비스의 야심작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9월12일 개봉)은 교도소에 수감된 소심남 등 어설픈 3인조가 크게 한탕하기 위해 '국밥재벌' 권순분 여사를 납치하면서 벌어지는 요절복통 해프닝을 그렸다.

나문희·강성진·유해진·유건 등이 출연한다.

쇼박스㈜미디어플렉스가 배급하는 '두 얼굴의 여친'(9월12일)도 추석 시즌을 노린 코미디다.

특히 명절에도 사랑을 속삭이고 싶은 젊은 연인들을 위해 멜로 영화의 면모까지 갖췄다.

괴팍하면서도 마음 여린 여자와 순진한 남자의 사랑을 그렸다는 점에서 '엽기적인 그녀'를 떠올리게 한다.

정려원·봉태규 주연.

'상사부일체'(9월20일)는 '두사부일체' 시리즈 제3편이다.

정준호 등의 기존 멤버들이 이성제 등으로 모두 교체됐다.

학교가 아닌 대기업을 무대로 조폭 계두식이 벌이는 해프닝을 그렸다.

서지혜가 가세하면서 추가된 멜로 라인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다.

◆드라마물도 풍성

다양한 소재와 주제의 드라마물도 많다.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하는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의 신작 '즐거운 인생'(9월12일)은 힘든 일상에 지친 40대 가장들이 록밴드를 꾸리면서 잃어버렸던 청년 시절의 꿈을 찾아간다는 이야기다.

정진영·김윤석·김상호 등 연기파 중견 배우들에 신세대 스타 장근석이 가세했다.

입양아의 절절한 아버지 사랑을 그린 '마이 파더'(9월6일)도 쟁쟁한 경쟁작들의 틈을 뚫고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던 인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 입양아 '래런 베이츠'의 실화를 스크린에 옮긴 이 영화는 가슴 찡한 가족애를 보여준다.

끔찍한 살인으로 사형수가 된 아버지와 입양아 아들이 다시 만난다는 이야기다.

'친구'로 조폭 영화 신드롬을 일으킨 곽경택 감독의 새영화 '사랑'(9월20일)은 거친 남자가 한평생 한 여자를 지켜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사랑의 로망을 일깨운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