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이자 석유·가스 등 엄청난 자원을 지닌 '기회의 땅' 중앙아시아.에너지 확보를 둘러싸고 강대국들이 벌이는 '자원전쟁'에 한국도 지난해 11월 '중앙아시아 진출 종합대책'을 마련하며 늦게나마 발을 뻗었지만 우리에게 중앙아시아는 여전히 낯설고 먼 곳이다.

교통편이 극히 제한돼있기도 하지만 중앙아시아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전문연구자들이 3년간의 체계적인 연구 끝에 '중앙아시아의 문명과 반(反)문명'(이웅현 엮음,리북)을 펴냈다.

연구에 참여한 이들은 국제관계학을 전공한 이웅현 박사를 비롯해 박주식·오재완 전 고려대 평화연구소 연구교수,이문영 국민대 유라시아연구소 책임연구원,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남기정(국민대) 현진덕(강원대) 윤영미(평택대) 교수 등 8명.이들은 미국 9·11 테러 이후 국제정치·경제의 주요 무대로 부상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와 개혁,반문명으로서의 전쟁과 헤게모니,자원과 민주화 등에 관한 17편의 연구논문을 통해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중앙아시아에 대한 정확한 인식의 기틀을 제공한다.

이호령 연구원은 '중앙아시아 지역을 둘러싼 권력투쟁과 함의'라는 논문에서 중앙아시아에 대한 미국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의 이해관계와 중아아시아 국가들이 안고 있는 정체성·물·빈곤·국경·지역 헤게모니 등의 문제를 분석한 뒤 이들 국가의 세 가지 도전과제를 지적한다.

소수의 고위층에 권력이 집중되고 안보라는 명목으로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치체제,극심한 빈곤이 초래하는 국내 불안정,지역안보 불안 등이 도전과제들.

따라서 이 연구원은 "중앙아시아를 둘러싼 강대국 간 경쟁과 이 지역 국가들의 저발전 문제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그 영향이 중국을 거쳐 한반도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자들은 또 이 지역 국가들이 '제2의 실크로드'로서 재조명되는 현실에 주목하면서 개별 국가들이 시도하고 있는 개혁의 성공이 세계경제의 안정적 발전과 지구화에 직결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아울러 타지키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내부의 갈등과 전쟁을 조명하면서 '반문명' 상태에서 고뇌하는 중앙아시아의 현실을 드러낸다.

타지키스탄의 경우 구조화된 사회적 모순에 대한 저항세력으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이슬람 세력이 과격해지면서 내전으로 발전했고,주변 국가의 내전 개입이 지역 불안정을 초래했다고 분석한다.

따라서 중앙아시아를 둘러싼 미·중·러의 갈등과 경쟁 속에서 이 지역 국가들은 어느 한 강대국의 영향 아래 들어가기보다는 강대국 간 세력균형 속에서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연구진은 전망한다.

국제정치의 매개변수에서 핵심적 독립변수로 격상한 에너지 문제를 둘러싼 강대국과 지역국가들 간의 갈등과 협력과정에 대한 분석도 깔끔하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