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얼굴들 속에 웃는 사진이 한 장 섞여 있다.

보통 사람들에게 다른 사진을 골라보라고 한다면 이건 문제도 아니다.

그러나 사진을 구별해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인간의 '마음'이 없어 희로애락의 감정이 존재하지 않는 그들, 바로 '사이코패스(Psychopath)'다.

올 여름 한국 공포영화 가운데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는 신태라 감독의 '검은집'은 이 사이코패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야기는 한 남자 아이의 자살 사건을 접한 보험조사원 전준오(황정민)가 아이의 아버지 박충배(강신일)를 의심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일곱 살짜리가 목을 매 자살하는 게 가능한가' '그렇다고 설마 아버지가 보험금 때문에 아이를 죽이겠는가'하고 고민하는 준오에게 사이코패스는 서서히 실체를 드러낸다.

또 다른 희생자로 예상되는 충배의 아내 신이화(유선)는 가장 중요한 캐릭터.아이를 잃은 슬픈 표정에서 웬지 깊이를 알 수 없는 서늘함이 느껴진다.

1997년 일본 공포소설 대상을 받은 작품을 원작으로 삼은 만큼 스토리 전개는 탄탄하다.

하지만 어디서 본 듯한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다리를 절며 비스듬히 걷는 사이코패스는 '링'의 '관절꺾기' 귀신을 연상시킨다.

공포가 극에 달하는 장면에서는 소설 '삼국지'에서 화살 박힌 눈알을 삼킨 조조의 장수 하후돈이 떠오른다.

끝내 도움을 거부하고 죽음을 택하는 사이코패스의 모습도 어딘가 익숙하다.

'오마주(hommage:존경하는 작품의 주요 부분을 인용)'를 바친 것인지 마지막 장면은 '양들의 침묵'과 흡사하다.

물론 공포감에 질려서 그랬겠지만 다리까지 성치않은 여자와 맞선 건장한 남자 준오가 시종일관 도망만 다니는 것은 다소 어색한 설정.끝에 가서 괴력(?)을 보이긴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지는 대목이다.

황정민의 첫 공포 연기는 자연스러웠고,유선도 몸을 아끼지 않는 열연을 선보였다.

단편 영화로 실력을 쌓은 신태라 감독은 제작비 2000만원도 안되는 SF영화 '브레인 웨이브'로 눈길을 끌었고 이번 영화 제작사인 CJ엔터테인먼트의 '러브콜'을 받았다.

21일 개봉.18세 이상.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