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의궤(儀軌)와 합천 해인사 소장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諸經板)'이 각각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으로 등재가 결정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 프리토리아에서 11일부터 닷새 일정으로 회의를 갖고있는 유네스코 제8차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는 14일 회의에서 한국이 등재신청한 이 두 건을 모두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키로 최종 결정했다.

이로써 한국은 1997년 훈민정음과 조선왕조실록을 필두로 직지심체요절(2001년), 승정원일기(2001년)에 이어 모두 6건의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이번 회의에서는 미국영화 '오즈의 마법사', 필리핀 민속음악자료 '호세 마세타 컬렉션', 이집트의 '천문학 필사본' 등도 함께 등재가 결정됐다.

세계기록유산이란 인류의 소중한 기록유산을 가장 적절한 기술을 통해 보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가능한 많은 대중이 기록유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유네스코가 1992년부터 추진해온 사업이다.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은 불교경전 일체를 한자로 새긴 현존 세계유일의 목판본으로 그 내용이 광범위하고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고유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한자권에서 불교가 지속적으로 포교될 수 있도록 기여한 것이 인정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제경판은 대장경판을 제외한 해인사 소장 다른 불교경판과 조선시대 문집 경판들로 그 수량이 약 1만 장으로 추산된다.

왕세자 책봉과 같은 각종 왕실 의식을 그림으로 정리한 조선왕조 의궤류는 유교문화권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대표적인 기록물인 점 등이 높이 평가돼 세계기록유산 목록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의궤류는 등재소위원회 1차 평가에서만 해도 유교적 행동규범과 의례를 보여주는 우수한 유산이기는 하나 그런 의례들이 유교문화권에서만 실행되었고, 외교의전은 조공체계가 있는 아시아 국가에 한정돼 적용되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세계유산 대신 아시아.태평양지역목록으로 등재하라는 권고가 있어 등재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다.

이번 세계기록유산 등재로 조선왕조 의궤와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의 중요성이 국내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긍정적으로 평가를 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프리토리아연합뉴스) 김민철 특파원 김태식 김승욱 기자 tae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