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코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인연' 중)

수필 '인연'으로 잘 알려진 문인 피천득 서울대 명예교수가 97세의 나이로 25일 오후 11시 40분 노환으로 별세했다.

피천득 교수는 재작년 까지만 해도 집주변을 산책할 정도로 건강을 유지했지만, 작년초부터 건강이 악화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평소 폐렴을 앓던 피천득교수는 이달 10일께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면서 서울 풍납동에 위치한 아산병원에 입원해 보름 넘게 집중적인 치료를 받아왔지만 안타깝게도 25일 저녁 노환으로 별세했다.

병원 관계자는 "워낙 고령이다 보니 감기, 폐렴 등의 증상으로 1,2개월에 한번씩은 아들(수영씨)이 의사로 근무하고 있는 아산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왔다"고 말했다.

피천득교수는 1910년 4월21일 서울 태생이다.

1937년 후장대학교 영문학 학사과정을 마친후 다시 조국으로 돌아와 일제 강점기 시대에는 경성 중앙 산업학원 교사로 근무하였다.

광복 직후에는 1945년 경성제국대학 예과 교수를 거쳐 1946년부터 30년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많은 후배 영문학자들을 키워내기도 했다.

1969년에는 미국 하버드대학교 등에서 강의를 하는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1975년부터 현재까지(97세) 피천득교수는 서울대 명예교수로써 활동했다.

그는 노인이 될때까지 잠을 잘때는 곰인형이 잘 잘수있도록 안대를 씌워주는 소년같은 문인이였다.

특히 피천득 교수가 일본 유학시절 사모하던 소녀 아사코와의 인연을 담담한 문체로 풀어 낸 '인연'은 지금도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이다.

수필 외에도 시집으로 '생명'을 비롯해 소설 '은전 한 닢', 번역서 '내가 사랑하는 시' '소네트 시집', 평론 '노산시조집을 읽고' '춘원선생' 등을 남겼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아들 세영(치과기공소 운영) 수영(서울 아산병원 소아과 의사),딸 서영(미국 보스턴대 물리학과 교수)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실이며 발인은 29일 오전 7시에 이뤄진다.

장지는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모란공원이다.

02)3010-2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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