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과 웃음 소리가 동시에 들리는 기묘한 상황이 시사회장에서 연출됐다.

2시간22분이라는 상영 시간은 짧기만하다.

영화가 끝나자 잠시 침묵이 흘렀고 "최근 한국영화 가운데 완성도가 가장 높다" "이창동 감독이 지금까지 연출한 작품 중 최고" "전도연의 연기는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감"이라는 말들이 흘러나왔다.

가슴 저미는 슬픔이 느껴지는 데도 웃을 수 있는 영화를 본 적이 있는가.

'초록물고기''박하사탕''오아시스' 이후 4년 만에 이창동 감독이 선보이는 '밀양(密陽)'이 바로 그런 작품이다.

전직 장관인 감독의 복귀작,칸영화제 경쟁부문 공식 초청작,톱배우 전도연·송강호가 호흡을 맞춘 첫 작품 등의 수식어들이 필요치 않은 수작이다.

영화는 피아노학원 강사 신애(전도연)가 아들과 함께 교통사고로 죽은 남편의 고향인 밀양으로 내려가는 길에 카센터 사장 종찬(송강호)을 만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저 하나도 불행하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신애는 씩씩하게 새출발을 하려고 하지만 결국 아들마저 잃게 되는 지독한 불행을 맞는다.

마지막으로 의지했던 신에게도 배신(?)당하고….

종찬은 영화 제목처럼 '숨겨진 햇볕'(Secret Sunshine) 같은 존재.

다방 아가씨의 치마 속이 궁금한 '은근한 속물'이지만 순진한 이 노총각은 '당신이라면 이래도 살겠어요?'라고 속으로 울부짖고 있는 신애 곁을 항상 지킨다.

역 앞에서 찬송가를 부르고,교회 주차안내까지 하면서도 그를 밀쳐내는 신애 주위를 계속 맴돈다.

영화를 빛나게 하는 것은 두 주연배우의 뛰어난 연기다.

특히 전도연은 "'전무후무'한 연기를 보고 울었다"는 송강호의 말처럼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다.

상상조차 힘들 것 같은 슬픔의 '증폭'과 정신의 '분열' 과정을 소름끼치도록 리얼하게 소화해냈다.

"아이가 없어지고 유괴범에게 처음 전화를 받는 장면은 너무 힘들어 당일 촬영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촬영기간 내내 살을 꼬집고 잇몸에서 피가 날 정도로 이를 악물면서 '내일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버텼어요."(전도연)

송강호는 거의 모든 대사와 행동이 웃음을 자아내는 자연스런 호연으로 이 작품의 명암과 균형을 맞춘다.

종찬의 사투리가 마음 속까지 웃게 만드는 것은 따뜻한 사랑이 그대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5월에는 할리우드 대작들이 개봉하는데 이 작품은 상업적인 코드가 아니어서 염려스런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골국물' 같은 이 영화를 몇 년 만에 찾아온 '반가운 손님'으로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송강호)

이창동 감독은 신에 대해 좌절하는 신애의 모습이 특정 종교를 부정적으로 그린 것은 결코 아니라고 밝혔다.

"신이 아닌 인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신애도 신을 스스로 해석하고,의지했고 또 배신당했다고 느끼는 것 뿐이죠.어찌됐건 삶의 희망과 구원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 해답은 관객들 스스로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4일 개봉.

15세 이상.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