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들'에서 준석 역으로 열연

"당분간 교복 입는 역할은 사절입니다"

그의 말처럼 류덕환은 "성장하고 있는 배우"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 '천하장사 마돈나' 등을 통해 연기력으로 주목받은 그는 새 작품 '아들'(감독 장진, KnJ엔터테인먼트ㆍ필름있수다 공동제작)로 내달 1일부터 관객과 만난다.

그 동안 배우로 얼마나 성장했는지 또다시 평가받게 됐다.

이 영화로 류덕환은 장진 감독과 세 번째로 함께 일을 했다.

옴니버스 영화 '묻지마 패밀리'의 '내 나이키'편과 '웰컴 투 동막골'을 통해 제작자 장진과 인연을 맺었고, '아들'에서는 배우와 감독으로 다시 만나 호흡을 맞췄다.

"감독님만 따라다녔다"는 그의 말에서 강한 신뢰가 느껴진다.

'아들'은 충무로의 이야기꾼으로 통하는 장진 감독이 선보이는 첫 가족영화. 무기수 강식(차승원)이 15년 만에 하루 동안의 휴가를 얻어 18살 고등학생으로 훌쩍 커버린 아들 준석(류덕환)을 만나러 오는 얘기다.

이 영화는 배우 류덕환이 톱스타 차승원과 대등한 위치에서 부자(父子) 연기를 선보였다는 점 이외에도 자연인 류덕환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지난해 10월 아버지를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고 세 달도 채 안돼 아들 역할로 촬영을 시작한 작품이기 때문.

"창피한 얘기인데 촬영장에서 많이 울었습니다.

주인공 준석이 아닌 류덕환으로 연기했습니다.

영화 속 울음은 거짓 울음이 아니에요.

연기 안하고 찍었다면 과장일 수 있을 텐데 그래도 제 마음은 그렇습니다."

류덕환은 "이번 작품은 전혀 사전 준비를 하지 않은 채 촬영했다"고 말했다.

촬영 시작 몇 개월 전부터 연기연습에 몰입하는 그에게 이번 작품은 예외였다.

"준비하고 싶지 않았다"는 말에서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속내가 그대로 느껴진다.

그는 이 영화에 "98점을 주고 싶다"고 했다.

작품의 만듦새와 관계없이 이 영화는 그에게 그만큼 소중한 듯했다.

그런데 자신의 연기에 대해서는 "많이 주면 80점"이란다.

"한번도 내 연기에 만족해 본 적이 없다"는 류덕환은 '형사'에서 안 포교로 등장한 '국민배우' 안성기의 연기에 대해 '놀라움'이라는 단어로 표현했고, 최고의 리액션을 보여준 상대 연기자로 '천하장사 마돈나'에서 아버지를 연기한 김윤석을 꼽았다.

두 배우 모두 연기를 공부하는 성실한 학생에게는 잊지 못할 선생님이었나 보다.

그는 "'아들'을 통해 얻은 것이 많다"고 했다.

차승원ㆍ장진과의 인연이 그에게는 '선물'이란다.

그래도 가장 큰 선물은 류덕환이 이 작품을 통해 부담감을 덜었다는 것.
"'천하장사 마돈나'를 끝내고 청룡상 신인남우상 등 좋은 상을 받아서 부담감이 컸습니다.

부담감 때문에 앞으로 영화를 못하게 되는 건 아닌가 걱정할 정도였어요.

'아들'을 통해 부담감을 꼭 버리고 싶었는데 제 뜻대로 조금은 된 것 같습니다."

류덕환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 안 할 수는 없지만 하고 싶은 연기를 꾸준히 고집하며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기만 생각하며 어려움을 극복하겠다"며 "연기에 대한 비판은 겸허하게 수용하겠지만 옳다고 생각하면 크게 신경 쓰지 않을 생각"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체구는 작지만 험난한 배우생활을 어렵지 않게 뚫고 나갈 만큼의 배짱은 지닌 것처럼 보였다.

귀여운 류덕환의 모습을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서운한 소식이다.

앞으로 당분간 교복을 입지 않을 생각이란다.

10대 연기는 당분간 사양하겠다는 뜻.

류덕환의 차기작 '우리 동네'가 첫 시험무대가 될 듯한데 "기대감을 주는 배우이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현실로 이뤄질지 관객의 한 사람으로 기대감을 가지고 지켜볼 생각이다.

(서울연합뉴스) 홍성록 기자 sungl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