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개봉한 코미디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독특하고 흥미로운 설정으로 전국에서 500만 명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며 당시 신인급을 막 벗어난 권상우와 김하늘을 단박에 흥행배우로 만들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07년, 전작의 '대박'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제작진은 속편인 '동갑내기 과외하기 레슨2'(감독 김호정ㆍ지길웅, 제작 프라임엔터테인먼트)를 선보이면서 '과거의 영화여 다시 한번'을 외치고 있다.

동갑내기 이성을 과외지도한다는 기본 콘셉트는 유지하되 부분적인 설정에 약간의 변주를 가했다.

'가치 없는 돈벌이용 재탕 영화'라는 비판적 시각도 있고 제목만 봐도 내용이 어떨지 대충 짐작이 되는 뻔한 코미디물이지만 10~20대 관객이 부담 없이 웃고 즐기기엔 그럭저럭 괜찮은 내용이다.

일본의 한 시골도시에 살고 있는 재일교포 기타노 준코(이청아)는 짝사랑하는 남학생을 찾아 교환학생 신분으로 한국에 온다.

게스트하우스 '정(情)'을 숙소로 정한 준코는 친절한 주인아저씨(이영하) 덕에 컴퓨터와 책상 등이 완비된 좋은 방을 배정받지만 실은 그 방은 그 집 아들인 종만(박기웅)이 쓰고 있는 방.

자기 방을 여자 손님에게 내줬다는 통보를 받지 못한 종만은 준코가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저녁에 방에 들어와 뻗어버리고 아침에 한 침대에서 눈을 뜬 종만과 준코는 기겁을 한다.

다른 곳으로 숙소를 옮기겠다는 준코를 달래기 위해 주인아저씨는 아들 방뿐 아니라 아들인 종만의 일대일 한국어 과외지도까지 미끼로 제안한다.

억지로 떠맡은 한국어 과외가 귀찮은 종만은 서슬 퍼런 아버지의 감시에 과외를 안할 수도 없고, 정반대로 한국어 과외에 뜨거운 열의를 보이는 준코는 배운 대로 전부 흡수하겠다는 일념으로 학구열을 불태운다.

그리하여 시작된 종만의 대충대충 '야매(암거래를 뜻하는 일본말 야미의 변형)과외'. 무엇이든 가르쳐준 대로 믿고 따라하는 준코에게 종만은 '눈깔아 씹딱들아'를 비롯한 온갖 비속어와 욕을 "한국에서 완전 먹어주는 인사말"이라고 가르친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안 봐도 뻔한 일. 종만이 가르쳐준 인사말을 써먹었다가 공개적인 망신살이 뻗친 준코는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더욱더 한국어 공부에 매달린다.

과외지도를 제대로 해주느니 마느니 하면서 허구헌날 티격태격하던 종만과 준코는 이런 코미디 영화에서는 늘 그러듯이 싸우다가 어느덧 정이 들게 되고 영화 후반부에 발생하는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핑크빛 관계로 발전한다.

영화에는 외모는 꽃미남인데 배운 한국어라고는 '확 깨는' 반말뿐인 외국인 학생 조지(줄리안)와 틈만 나면 준코에게 껄떡대는 풍기(조달환)와 문란(윤영삼) 등 분위기를 북돋워주는 조연들이 나온다.

이들의 코믹한 캐릭터는 영화에 양념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유치함도 더해준다.

영화는 중반부까지는 코미디 일색으로 가다가 종반부로 접어들면서 점점 '감동+심각' 무드가 되는데 이 역시 상투적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럼 마지막 결말은? 약간만 상상력을 발휘해 보시길. 러닝타임이 125분이나 돼 내용에 비해 좀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진화된 관객이 과연 4년 전 '동갑내기 과외하기'에 보내줬던 열띤 지지와 성원을 '동갑내기 과외하기 레슨2'에도 보내줄지 자못 궁금하다.

12세 이상 관람가.

(서울연합뉴스) 정 열 기자 passi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