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 눈에 띄어 데뷔곡 '왼쪽 가슴' 발표

서울 중랑천 다리 밑에서 핏대를 세우며 노래하던 소년은 가수의 꿈을 키웠다.

중학교 때부터 하루 2~3시간씩 거울을 보며 노래하는 아들에게 부모는 역정내지 않았다.

1집 타이틀곡 '왼쪽 가슴'으로 데뷔한 케이.윌(26ㆍK.Willㆍ본명 김형수)의 성장기엔 자연스레 음악이 녹아 있었다.

아버지는 밴드에서 색소폰을 불었고 가수의 꿈을 이루지 못한 어머니는 방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하곤 했다.

부모는 아들의 첫 음반에 "고생했다"고 등을 두드리며 가슴이 울컥해 눈물을 보였다.

아들의 노래를 듣고자 오디오까지 구입했다.

가족의 눈물 뒤엔 케이.윌이 묵묵히 참아낸 6년이란 시간이 똬리를 틀고 있다.

2000년부터 1년간 음반기획사 오디션을 봤지만 기회는 오지 않았다.

결국 2002년부터 작곡가를 찾아다니며 가수들의 데모곡을 위한 가이드 녹음 작업을 했다.

플라이투더스카이의 '중력', 동방신기의 '허그(Hug)', 비의 '왜 하필' 등이 그가 녹음한 곡들이다.

"댄스, 발라드, R&B 등 장르를 불문하고 닥치는 대로 데모곡 녹음을 했어요.

하지만 가수들의 조연인 제가 주연 자리를 따내기란 막막했죠. 결국 군입대를 했어요.

현역으로 입대했다가 어깨 탈골 판정을 받아 2002~2004년 공익근무요원으로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민원 상담 업무를 하며 틈틈이 데모곡을 녹음했죠."

케이.윌이 가수가 될 기회를 잡은 건 비 덕택이었다.

비의 히트곡 '태양을 피하는 방법' 녹음 때 애드리브 메이킹 녹음에 참여하며 박진영과 작곡가 방시혁과 인연을 맺었다.

이에 2005년 방시혁이 대표로 있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을 했다.

5년간 데모곡 녹음을 통해 실전에서 단련한 그의 가창력을 방시혁이 알아본 셈.
방시혁은 그에게 "데모곡 녹음 탓에 자기 색깔을 버리고 노래에 맞추는 경향이 있다"며 "넌 소리가 좋은 악기다.

이젠 네 색깔을 가진 노래를 해야 한다"고 지난해부터 성악가에게 트레이닝을 맡겼다.

덕택에 첫 음반은 결코 가볍지 않다.

박진영ㆍ방시혁ㆍ박창현ㆍ김세진ㆍ황찬희 등 쟁쟁한 작곡가들이 대거 참여해 퀄리티를 높였고, 다소 굵고 허스키한 음색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

박진영이 작사ㆍ작곡한 '왼쪽 가슴'은 4일 현재 온라인 음악차트에서 멜론 '오늘의 톱 100' 4위 등 차트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케이.윌은 첫 방송 때 무대에서 내려온 후 결국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모든 스태프는 웃고 있었지만 "내가 드디어 꿈의 무대에 섰구나"란 생각에 훔치고 훔쳐도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가수로 성공하면 어머니께 좋은 기타를 사드리고 싶어요.

저희 큰아버지께서 어머니에게 결혼 선물로 기타를 사주셨는데 아직도 그 기타로 연주하시거든요.

앞으로 신인상, 가요프로그램 1위, 대상까지 울 일이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