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이 대리만족을 느끼지 않을까 싶어요"
SBS '내 남자의 여자'서 도발적인 불륜 연기


김희애 "남편에겐 좀 미안한 역할이에요"

이쯤 되면 '둔갑'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현모양처의 대명사, 지고지순한 사랑의 주인공 김희애(40)가 180도 돌변했다.

친구의 남편을 빼앗고 거침없이 질주하는 여자가 됐다.

차림새부터 범상치 않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강렬하고 도발적이다.

4월2일 첫 방송하는 SBS TV 24부작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에서 김희애는 '돌팔매질 당할 사랑'에 몸을 던지는 여자를 연기한다.

27일 오후 SBS 목동 사옥에서 열린 '내 남자의 여자' 제작발표회에서 김희애는 "처음에는 굉장히 떨리고 망설이기도 했는데 이제는 많이 편안해지고 자연스러워졌다"며 웃었다.

이 드라마의 포스터에서부터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파격 패션을 선보여 '둔갑'을 예고했던 김희애는 이날 제작발표회에서도 등이 훤히 파인 짧은 원피스를 입고 나와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김수현 작가의 새 작품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내 남자의 여자'는 불륜을 파고드는 멜로 드라마로 김희애, 배종옥, 김상중, 하유미, 김병세 등이 출연한다.

다음은 김희애와의 일문일답.

--SBS '눈꽃'(1월 종영) 끝나고 얼마 쉬지 못했다.

역할이 이전에 비해 파격적으로 바뀌었는데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김희애 "남편에겐 좀 미안한 역할이에요"

▲배우는 뽑히는 직업이다보니 쉬는 게 계획대로 안되는 것 같다.

또 생각지 않게 좋은 작품이 들어와 출연하게 됐다.

역할이 바뀐 것에 대해서는 재미있게 생각하고 있다.

김수현 선생님께 직접 이 여쭤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상식을 깨는 것에 중점을 두고 내게 이번 역을 맡기신 것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극중 불륜으로 인해 머리끄덩이를 잡히고 두들겨 맞는 신이 있다.

힘들었을 것 같다.

▲나이가 들긴 했지만 속옷 바람에 맞고 있으니 수치스러운 생각도 들더라. 그야말로 완전히 자신을 버리고 연기했다.

나중에는 이렇게 건강하게 연기 잘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살자 싶더라(웃음). 그리고 원래 때린 사람은 잠 못 자도 맞은 사람은 잠 잘 잔다.

그날 촬영 끝나고 밥도 무식하게 잘 먹고 와인 한잔 마시고 잘 잤다(웃음).

--잠깐 본 예고편에도 격렬한 키스신이 잇따라 놀랐다.

▲뭘 놀라나(웃음). 처음엔 사실 나도 그랬지만 망설이며 연기하는 내 모습을 화면을 통해 보는 게 더 민망하더라. 그래서 차라리 연기에 푹 빠져 연기하자 결심했다.

촬영장에서는 '여기가 유호프로덕션(에로비디오 전문 제작사)이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웃음).
--돌 맞을 역 아닌가.


▲드라마 첫회에서 불륜이 바로 들통난다.

이후 인물들 간의 갈등과 심리 묘사가 이어진다.

이 드라마는 가해자나 피해자를 나누거나 복수를 그리는 것이 아니다.

인물들의 심리를 각자의 시각에서 그린다.

김수현 선생님의 작품을 보면 악인이 없다.

다 그 사람의 입장에서 설득력 있게 심리를 표현하기 때문이다.

김희애 "남편에겐 좀 미안한 역할이에요"

--이번 역할을 맡으면서 가족에게 어떻게 양해를 구했나.

▲좀 미안한 역할을 맡게 됐다고 했더니 남편은 안 보겠다고 하더라(웃음). 아이들은 좀 걱정이 됐다.

연년생 아들 둘이 있는데 하루 날 잡아서 설명을 했다.

엄마가 새로운 드라마를 하는데 어떤 아저씨를 좋아하는 역이다.

좋아하면 어떻게 하지? 뽀뽀도 하고 안기도 하지? 그랬더니 애들이 "그래서?"라는 거다.

그게 뭐 어떠냐는 거다(웃음). 친구들은 엄마가 탤런트인 것도 알고 연기하는 것도 다 안다고 하더라. 내가 구세대인가 보다(웃음).

--헤어스타일부터 파격적이다.

▲그냥 나온 머리스타일 같지만 미장원 다섯 군데를 돌아다녔고 수십 번 머리모양을 바꿔본 결과다.

염색도 많이 해봤다.

--김수현 작가와의 작업은 어떤 의미를 갖나.

▲배우가 갖고 있는 숨어 있는 부분을 뽑아내 최대한 살려주시는 분이다.

나뿐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이번 역을 연기하며 연기자로서의 쾌감도 느끼나.

▲나보다 내 주위 분들이 쾌감을 느끼는 듯하다.

최근 죽는 역을 많이 해서 또 죽을까봐 걱정을 하는 눈치인데 그게 아니고 이런 역이라 했더니 "바로 그거다"라며 안심하는 분위기다(웃음).

--이번에는 안 죽는 게 확실한가.

▲글쎄…. 돌에 맞아 죽을지도 모르겠다(웃음).

그런데 진짜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

여성들이 대리만족을 느끼지 않을까.

연기하면서도 이 역할이 밉고 심하다는 생각을 한다.

자기밖에 모르는 인물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착한 척하기 위해 거짓말도 하고 남 의식하며 본의 아니게 마음에 없는 행동을 하는데 이번 역은 전혀 그렇지 않다.

남을 배려하지 않고 이기적이다.

그런데 반대로는 가식이 없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 캐릭터다.

자기 감정에 충실한 여자다.

--누구나 결혼생활을 하면서 설레는 사랑을 꿈꾼다.

그런 적 있나.

▲그런 질문은 안 받겠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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