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최양일 감독의 액션영화 '수'는 숨막힐 듯 거칠고 강렬한 톤으로 남성세계를 그려냈다.

전편에 피가 흥건할 만큼 잔혹하지만 속도감과 박진감이 넘친다.

23년 동안 일본에서 한국 이름으로 활동하면서도 일본감독협회장을 두 차례나 역임한 최 감독의 강단있는 삶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할리우드 폭력 미학의 거장 샘 페킨파에 비견되는 아시아 하드보일드 액션 거장이라는 사실을 최 감독은 다시금 확인시켰다.

영화는 한마디로 살인청부업자의 복수극이라 할 수 있다.

해결사 '수'로 불리는 살인청부업자 태수(지진희)가 19년 만에 쌍둥이 동생 태진을 만나는 자리에서 태진이 총에 맞아 즉사한다.

태수는 배후를 캐기 위해 강력계 형사인 태진의 신분으로 위장잠입한다.

마약조직 보스 구양원(문성근)이 살인 교사자란 사실이 밝혀지고 처절한 복수극이 전개된다.

도입부 주차장신과 결말부 대결신에선 활화산과 같은 에너지가 분출된다.

승차자를 위협하기 위해 다른 자동차들과 연달아 충돌하거나 주차장 콘크리트벽에 강하게 들이박는다.

수십대의 차가 찌그러지거나 박살나는 이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큼 실감난다.

결말부에서도 손도끼·칼·총·쇠파이프·야구방망이 등 온갖 연장이 동원돼 수십명의 조폭이 피투성이로 쓰러진다.

최 감독이 보는 이 세상은 한마디로 약육강식의 정글이다.

법과 정의는 사라졌고 개인의 욕망만 질주할 뿐이다.

경찰과 조폭 집단 내부에서도 따스한 동료애란 없다.

호시탐탐 서로를 짓밟을 기회만 엿보는 냉혹한 세계.수십명이 살상되는 현장에도 경찰은 거의 없다.

오직 공명심에 사로잡힌 부패경찰과 죽은 애인 태진의 복수에 불타는 여형사(강성연)뿐이다.

비정한 세상에서는 사랑도 이루어질 수 없다.

여형사의 애인은 숨졌고,태수에게는 그녀의 마음이 전달되지 않는다.

여자와 어린이들도 금기를 깨고 보호대상자로 묘사되지 않았다.

다른 성인 남성들과 함께 치열한 생존투쟁을 벌이는 생명체일 뿐이다.

이 같은 인물들의 주무대가 수산시장이란 점은 의미심장하다.

생선을 썰던 칼은 그대로 사람을 해치는 무기로 바뀐다.

생선의 피는 사람의 피와 범벅된다.

그야말로 '삶은 투쟁'이란 명제를 섬뜩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22일 개봉,18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