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날씨 때문에 봄이 예년보다 일찍 우리 곁으로 찾아온 느낌이다.

백화점 패션 매장의 마네킹들은 어느새 두툼한 외투를 벗고 하늘하늘한 봄 옷으로 갈아 입었다.

올 봄엔 남성복, 여성복 가릴 것 없이 '로맨틱 미니멀리즘'이 대세다.

흔히 화려하기 마련인 봄 옷까지도 장식을 간소화하고 무채색톤으로 단정한 느낌을 주는 것 일색이다.

옷의 느낌이 밋밋할수록 액세서리나 소품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

너무 튀지 않고,그렇다고 전체적인 분위기에 그냥 묻혀 죽지도 않는 것을 착용해야 멋쟁이가 될 수 있다.

이런 경향에 맞춰 피부 화장법도 달라져야 한다.

더구나 올해는 중국 대륙에서 밀려드는 황사가 횟수도 잦고 규모도 크다는 예보다.

따라서 화장을 하기 전에 기초적인 피부관리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올 봄 여성복 패션은 로맨틱한 이미지와 중성적인 느낌의 '매니시(manish)' 스타일이 공존하고 있다.

여성복 신제품을 살펴보면 지난 시즌부터 크게 유행하고 있는 미니멀리즘 경향이 더욱 강해졌다.

여성스러운 느낌을 살리더라도 소재나 장식으로 아기자기한 느낌을 주는 게 아니고 간결한 모양새로 여성의 몸매를 강하게 드러내는 것으로 승부하는 스타일이 대세를 이룰 전망이다.

1980년대 복고풍의 영향을 받아 '강인한 여성'의 이미지를 절제된 느낌으로 표현하는 것도 이번 시즌의 특징이다.

상의는 풍성하고 길게, 하의는 짧고 간결하게 입으면 1980년대 풍을 금방 따라잡을 수 있다.

다만 지난해와는 달리 '미래주의'가 덧입혀져 메탈 느낌이 나는 광택성 소재가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경향에 맞춰 메이크업 트렌드도 변했다.

올 봄 메인 컬러로는 전통적인 '그린'과 '핑크'가 부활한 모습이다.

무채색의 간결한 스타일의 옷이 유행이라 멋내기를 위해서는 메이크업으로 포인트를 주는 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그린 컬러의 눈매와 연한 핑크빛이 감도는 입술로 연출하는 것이 좋다.

기본 메이크업 제품을 이용해 피부톤을 꽃처럼 화사하게 가꾸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메이크업 방법도 깨끗한 피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특히 봄철에는 황사 등으로 피부가 건조해질 우려가 커 얼굴을 씻은 뒤 기초 손질을 완벽하게 해두는 게 중요하다.

황사는 피부에 뜻하지 않은 트러블을 일으킨다.

피부가 심하게 건조하고 각질이 때처럼 밀리게 되며 때로는 따가움을 느끼는 등 여러 가지 증상이 발생한다.

황사에도 피부를 건사하려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피부에 수분을 충분히 주는 것이 중요하다.

주얼리는 완전히 미래로 갔다.

'퓨처리즘' 경향이 가장 두드러진다.

로맨틱 미니멀리즘 패션을 완성하는 소품으로는 금·은색보다 고급스러운 애나멜 컬러와 흑색 도금,로즈 도금(장미 컬러의 붉은 컬러 도금) 등을 적용한 제품을 고르는 게 좋다.

여성 구두도 미니멀리즘의 영향을 받았다.

심플한 실루엣에 볼륨감을 강조해 절제된 듯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주는 스타일로 갖추면 된다.

새로 사기가 부담스럽다면 1980년대 어머니가 신었던 신발을 찾아 신고 나오면 된다.

딱 그 느낌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란제리를 새로 장만하려면 어깨끈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컵 디자인은 단순해진 반면 어깨끈을 화려하게 만든 제품이 유행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평균 기온 상승으로 겉옷이 얇아지는 추세라 겉옷에 비치는 디테일은 최소화하고 가볍게 노출할 수 있는 어깨끈에 화려함의 무게가 실렸다.

여성복의 '로맨틱 미니멀리즘'이 신사복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남성복도 간결하고 심플한 스타일이 인기를 끌 것 같다.

남성복 매장을 둘러보면 간결함의 대명사인 회색을 비롯해 검정 감색 흰색 등 무채색 계열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5년 전부터 꾸준히 남성복 유행을 지배했던 스트라이프(줄무늬) 패턴이 지고,솔리드(민무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구입한 '하이 투 버튼' 수트는 계속 입을 수 있다.

지속적으로 그 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대신 셔츠나 타이를 선택할 때 미니멀리즘 경향을 충실히 따르면 된다.

화이트 셔츠와 민무늬 넥타이 등으로 무채색 수트와 균형을 맞춰주면 족하다.

이게 단조로워 싫다면 아예 확 두드러지게 튀는 색의 타이를 매는 것도 좋은 방법이긴 하다.

색상을 비슷한 계열로 맞추되 넥타이 색감만 두드러지도록 하는 '톤온톤' 코디도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 스타일면에서는 슬림 패턴에 잘 어울리는 7~8cm의 좁은 타이를 고르는 게 좋다.

가방으로 멋을 내도 된다.

올 봄엔 '네오 어반 스타일'이 유행이다.

딱딱한 서류 가방의 느낌 대신 캐주얼한 디자인을 적용하고 고급스러운 장식을 단 제품들을 말한다.

남성 가방도 여성들의 것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패션 소품으로까지 격상된 것.다만 남성용 가방은 실용성과 활동성을 죽이지 않아야 한다.

무게가 가볍고 모양은 단순하지만 다양한 컬러와 소재를 통해 감성적인 면을 더한 제품을 고르는 게 좋은 방법이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