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복면달호'에서 트로트 가수로 변신

"신인 때였어요.

스태프 중 한 분이 저를 부를 때 욕을 섞어가면서 부르시더라고요.

신인이라 뭐라고 말도 못했죠. 그리고 집에 와서는 서러워 펑펑 울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해요."

이제 '엔테터이너'라는 호칭이 더 잘 어울리는 이소연(25). 그가 코미디영화 '복면달호'에 출연했다.

배우로서의 출발은 이재용 감독의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였고 그 뒤에 송일곤 감독과 환경영화 '깃'을 찍었지만 이제는 KBS '여걸식스' 출연진으로 더 유명하다.

이소연을 서울 인사동 프레이저호텔에서 만났다.

별 어려움 없이 지금의 위치까지 온 것 같은 그에게도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이소연은 촬영장에서 무시당했던 신인 시절 얘기를 털어 놓으면서는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그래도 연기가 좋아 아직까지 연기를 하는 것 같다"는 그는 "평생 연기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소연은 "어릴 적 미술ㆍ첼로ㆍ피아노ㆍ기계체조ㆍ수영 등 안 해본 것이 없다"고 했다.

"엄마가 저에 대한 기대가 컸다"는 그의 말 속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적성을 찾을 수 있도록 많은 배려를 받고 자란 듯했다.

"많은 것을 배우긴 했는데 별 재주가 없더라고요.

그래도 연기는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연기를 택했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하고 있는 이소연은 현재 휴학 중이라고. 작품과 공부를 병행할 수 없어 휴학을 택했단다.

이소연에게 영화 '복면달호'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한 포털 사이트에서 진행한 인터넷영화 '사랑의 기쁨'과 '깃'에서 여주인공으로 출연했지만 본격 상업영화에서 주인공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

'복면달호'는 록가수 지망생 봉달호(차태현)가 트로트 가수로 성공하는 이야기다.

이소연은 이 영화에서 봉달호의 애인인 트로트 가수 지망생 차서연을 연기했다.

"흥행에 대한 부담감이 커요.

관객에게 사랑받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홍보활동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웃음)."

차서연 역할은 '봄날' '신입사원' '봄의 왈츠' 등 TV드라마에서 이소연이 보여줬던 도시적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순박하고 착한 여성이에요.

맘에 들어요.

촌스러운 '반짝이' 의상에 화장도 요란하지 않죠. 도회적인 이미지는 드라마에서 많이 보여 드렸으니까 이제는 다른 면도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소연은 트로트 가수 지망생 역할이라 노래를 직접 불렀다.

그는 '복면달호'를 통해 자신의 노래 실력을 직접 확인하게 됐다고.

"차서연은 트로트에 대한 애착은 강하지만 노래를 잘 부르지는 못해요.

그래서 일부러 연습 많이 하지 않고 노래 못하는 것처럼 불렀어요.

그렇지만 영화 O.S.T를 녹음할 때는 정식으로 불렀죠. 그런데 남들이 별 차이가 없다는 거예요(웃음). 평소 노래실력이 보통 이상은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제 실력을 '제대로' 알게 됐죠 뭐."

영화의 장점을 얘기해 보자고 했더니 "노래가 좋다" "젊은 세대도 즐길 수 있는 트로트가 많다" "트로트 의상도 볼거리다"라며 영화의 장점을 끝도 없이 주워섬기는 그의 모습에서 아직 배우라는 호칭은 어울리지 않지만 애쓰고 노력하는 연기자의 모습은 엿볼 수 있었다.

차태현ㆍ이소연의 트로트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복면달호'는 전국 300여 개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홍성록 기자 sungl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