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코미디를 들고 한국을 찾는다.

최근작 중 보기 드물게 코미디가 강조된 '귀향(Volver)'이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과 각본상을 받은 영화로 모성이 강조된 여성들의 이야기. 영화제 당시 황금종려상 후보로 강력하게 거론됐던 작품이기도 하다.

알모도바르 감독은 이번 작품을 내놓으면서 "나 자신의 근본이자 삶의 원류인 모성으로 돌아왔다"고 고백했다.

세계적인 여배우로 성장한 스페인 출신 페넬로페 크루즈와 스페인의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 카르멘 마우라가 알모도바르와 재회했다는 사실만으로 화제가 됐다.

크루즈에게는 '내 어머니의 모든 것' '라이브 플래쉬'에 이어 '귀향'이 알모도바르 감독과의 세 번째 작품. 마우라는 '나쁜 버릇' '내가 뭘 잘못했길래' 등 알모도바르의 초기 코미디 영화에서 그와 호흡을 맞추며 '마드리드 코미디의 여왕'으로 불렸던 여배우다.

마드리드에 살고 있는 라이문다(페넬로페 크루즈)는 기둥서방과 다름없는 실직자 남편과 사춘기에 접어든 딸을 둔 여성. 그녀는 실직적인 가장이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날 밤. 그녀의 딸 파울라가 성추행하려는 아버지를 칼로 찔러 죽이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날 밤 라이문다는 고향 라 만차에서 홀로 사는 이모가 숨졌다는 소식을 동생 쏠레(롤라 두에냐스)에게서 듣는다.

그렇지만 남편의 시체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맹장수술을 받아야 한다며 이모 장례식에 불참한다.

한편 장례식장을 찾은 쏠레는 기이한 일을 겪는다.

이모 집에서 이미 세상을 떠난 엄마 이렌느(카르멘 마우라)의 유령을 만난 것. 당시 라 만차에는 이렌느의 유령이 이모를 돌보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옆집에 살며 이모를 대신 돌봐줬던 아구스티나(블랑카 포르티요) 역시 유령의 존재를 굳건히 믿고 있었다.

유령을 본 뒤 겁에 질린 쏠레는 황급히 집을 향해 차를 몰고, 자동차 트렁크 안에서 자신을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그때부터 쏠레는 언니 라이문다에게는 엄마가 유령이 돼 나타났다는 사실을 숨긴 채 엄마와 동거를 시작한다.

쏠레는 손님들에게 엄마를 러시아 노숙자라고 속인 뒤 자신이 운영하는 불법 미용실에서 보조 일을 하도록 한다.

둘째 딸 쏠레 앞에 나타난 이렌느지만 어쩐 일인지 자신의 존재를 첫째 라이문다에게는 말하지 말라고 부탁한다.

영화는 모성을 중심에 두고 여성들의 강인한 생명력과 우정, 연대감 등을 담았다.

라이문다는 딸을 위해 동네 여자들과 함께 남편의 시체를 말끔히 처리하고, 아구스티나는 라이문다의 이모를 정성껏 돌봤다.

라이문다의 딸 파울라 또한 이모 쏠레의 집에서 할머니 이렌느를 만나지만 끝까지 이를 비밀로 한다.

'귀향'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알모도바르 감독이 코미디를 선보이고 있다는 점.
'내 어머니의 모든 것' '라이브 플래쉬' '그녀에게' '나쁜 교육' 등 최근작에 익숙한 그의 팬들에게는 '귀향'은 다소 낯선 작품. '귀향'은 가벼운 터치의 '그녀에게'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웃음을 선사한다.

알모도바르 영화를 보면서 낄낄거리며 웃을 수 있고, 동성애 등 관객 대부분이 불편해하는 코드가 배제됐다는 점에서 대중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알모도바르 감독은 영화 초반 유령 소동으로 웃음을 만들어내고, 영화의 후반부에는 라이문드의 숨겨진 비밀로 관객의 관심을 붙잡는다.

유령 소동을 모성과 연결시키고, 감동으로 마무리하는 연출력이 놀랍다.

톰 크루즈의 전 연인으로만 각인돼 왔던 페넬로페 크루즈와 한국 관객에게는 다소 낯설지만 뛰어난 코미디 연기를 선보이는 마우라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다.

21일 개봉. 관람 등급 미정.


(서울연합뉴스) 홍성록 기자 sungl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