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사랑과 믿음을 보며 나의 눈에는 기쁨의 눈물이 흘러넘치고 있습니다.

나는 그런 사랑과 믿음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를 향한 당신의 사랑과 믿음이 당신에게 무한한 유익이 되리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당신은 위대한 섬김의 도구가 될 것입니다."

마하트마 간디(1869~1948)는 가장 가까운 동료이자 충실한 계승자인 비노바 바베(1895~1982)에 대한 사랑과 신뢰를 이렇게 표현했다.

바베가 어떤 인물이기에 이토록 극찬했을까.

신분에 따른 차별이 엄격한 인도에서 최고 계급인 브라만으로 태어난 비노바 바베는 영적 진리와 실천적인 행동을 구체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삶의 길을 찾던 중 간디의 아쉬람(공동체)에 합류해 간디와 함께 비폭력 저항운동(사티아그라하)을 이끌었다.

영성과 실천의 조화를 꾀했던 영성가요 사회개혁가였던 그는 가난한 이들을 위해 혁명과도 같은 토지헌납운동(부단운동)을 주도했다.

간디가 죽은 뒤 1951년부터 13년간 인도 전역을 걸어서 순례하며 지주들의 선의에 호소해 무려 400만 에이커의 토지를 헌납받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줬던 것.그는 지주들에게 "도둑질은 범죄이지만 많은 돈을 쌓아놓는 것은 도둑을 만들어내는 더 큰 도둑질"이라며 소유한 땅의 6분의 1을 가난한 이들에게 바치라고 호소했다.

이런 비노바 바베의 삶과 사상을 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평화운동 단체인 '씨알평화'(이사장 김경재)가 바베의 탄생 111주년이 되는 오는 12일 오후 2시 서울 장충동 만해NGO교육센터에서 개최하는 심포지엄이다.

씨알평화 창립 기념을 겸한 이번 심포지엄에선 바베의 삶과 영성,평화사상,신교육 운동,정치·경제사상 등을 두루 조명한다.

지금까지 간디 아쉬람과 비노바 바베 아쉬람을 두루 탐방하며 그의 사상을 연구해온 김진 목사(씨알평화 상임이사),이진권 목사(새봄교회),이화여대 최영란·안성의료생협 홍수연씨 등이 발제자로 참여한다.

바베의 삶과 영성에 대해 발표할 김 목사는 발제문에서 "비노바 바베의 삶은 영성가로서의 깊이와 사회운동가로서의 투철함,학자로서의 철저함을 배우게 한다"면서 "특히 그의 실천운동은 단순히 사회구조나 질서의 변화에 머무르는 혁명이 아니라 인간의 사상,마음의 개혁까지도 담보하는 혁명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이진권 목사는 "바베의 평화사상과 운동의 핵심적 특징은 마음과 영혼의 평화를 추구하는 것과 사회구조적 변화를 통해 사회적 평화를 추구하는 과정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로 통합돼 이뤄졌다는 것"이라며 사랑과 설득을 통해 경제적·사회적 혁명뿐만 아니라 도덕적 혁명까지 추구했던 그의 노력에서 세계평화를 위한 단서를 찾는다.

심포지엄과 그의 탄생 111주년에 맞춰 바베의 삶과 사상을 사진과 함께 보여주는 포토명상집 '홀로 걸으라,그대 가장 행복한 이여'(김진 옮김,예담)도 출간됐다.

책에는 바베가 일생의 과업으로 실천한 토지헌납운동에 함께 참여해 순례한 구탐 바자이가 찍은 사진들과 바베의 글이 함께 실려 그의 삶과 사상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