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심리의 단편 예리하게 포착
다코타 패닝 등 유명배우 보는 재미 쏠쏠

이성적으로 모두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그 중에서도 남성보다 감성적이라고 여겨지는 여성의 삶은 그 속내를 알기가 더 어려운 법. 그래서 "여자는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남자들의 푸념이 예로부터 경구처럼 쓰였을 것이다.

비밀스럽고 때때로 이해할 수 없는 여성의 삶의 단편들이 하나로 묶여 영화로 탄생했다.

로드리고 가르시아 감독의 신작 '나인 라이브즈(9 Lives)'는 여성의 삶의 모습을 아홉 조각으로 나눠 하나로 꿰맨 퀼트와도 같은 영화다.

그러나 각각의 단편은 여성의 삶의 특징적인 모습만을 그래도 담고 있어 여성의 삶을 이해하는 백과사전과도 같은 느낌을 준다.

영화 '그녀를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것' 등을 통해 여성 심리에 천착했던 감독은 이번에도 예외 없이 여성의 마음 속을 들여다보려고 무진 애를 썼다.

결과는 성공적이어서 이 작품은 지난해 스위스 로카르노영화제 황금표범상(최고작품상)을 수상했다.

영화에 출연했던 14명의 여배우들은 여우주연상을 공동으로 받는 영예를 안았다.

감독은 '백년 동안의 고독'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아들이다.

'일류작가의 이류작가 아들'이라는 말을 듣기 싫어 처음부터 전문작가 되기를 포기했다는 가르시아 감독은 시나리오 작가로 출발해 감독으로 데뷔한 인물.
여성심리에 능한 것은 카페에 앉아 여배우들과 수다떨기를 즐긴다는 감독의 독특한 취미에서 비롯된 듯싶다.

영화는 9개의 단편으로 구성돼 있다.

각각은 10~14분 분량으로 찍은 롱테이크 작품이다.

이야기들은 여주인공의 이름을 달고 출발한다.

극중 여성들은 엄마ㆍ딸ㆍ아내 등의 사회적 관계로 묶이지만 각각의 이름으로 된 단편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단편 '사만다'는 그토록 원하던 대학 진학을 부모 때문에 포기한 사만다(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삶의 무게를 중심축으로 전개된다.

그녀는 말조차 섞지 않는 어머니 루스(시시 스페이섹)와 아버지 사이에서 조율자 역할을 해야 하는 처지. '사만다' 편의 어머니 루스는 또다른 단편 '루스' 편에서 삶에 지쳐 외도로 돌파구를 찾는 내면의 허전함을 보여준다.

영화는 이런 식으로 유기적으로 엮여 한 여배우가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조연으로, 스쳐지나가는 인물로 등장하면서 진행된다.

첫사랑 때문에 여진히 힘든 임산부('다이애나'),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로 자살극을 벌이는 간호사('홀리'), 비밀을 아무 생각 없이 털어놓는 남편 때문에 화를 내는 여자('소니아') 등 영화는 사소하지만 여성들의 심리를 명징하게 담았다.

영화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당대 최고의 연기파 여배우들의 연기를 만나볼 수 있다는 점. 천재 아역배우로 불리는 다코타 패닝을 비롯 글렌 클로스ㆍ홀리 헌터ㆍ로빈 라이트 펜ㆍ시시 스페이섹ㆍ캐시 베이커 등 기라성 같은 연기파 여배우들이 화면을 채운다.

15세 이상 관람가.

(서울연합뉴스) 홍성록 기자 sungl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