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짜임새 있는 공포 '신데렐라'

'장화, 홍련' '분홍신'에 이어 '신데렐라'까지. 고전에서 모티브를 따온 공포영화가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동화 '신데렐라'는 비루한 삶을 살다 왕자님을 만나 한순간에 인생이 뒤바뀌는 이야기다.

남자들은 모든 여자들이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고 비아냥거리고, 솔직히 털어놓는다면 인생에서 한번쯤 신데렐라가 되고 싶다고 생각해보지 않은 여자들은 없을 것.
신데렐라는 그 밑바탕에 '착하고 예쁜 여자'란 단서를 동반한다.

요즘 들어서는 '예쁜'이란 단어가 더 힘을 발휘하는 현실이다.

여자들의 예뻐지고 싶어하는 욕망에서 모티브를 따온 이 공포영화 '신데렐라'(감독 봉만대, 제작 미니필름)는 뜻밖에도 모성애라는 여자들의 또다른 심리를 첨가해 수긍할 만한 이야기 구조를 만들었다.

주연배우 도지원과 신세경보다는 감독 이름에 더 눈길이 갔던 영화이기도 하다.

한 시대를 '풍미'한 에로비디오영화 감독 출신 봉만대 감독이 난데없이 공포영화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그의 이름을 알고 있는 이들은 일견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충무로 장편 데뷔작도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이었기에 그의 전문 분야는 당연히 '그쪽'이라고만 생각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타깃층을 분명히 하고 만든 기획 영화가 됐다.

올 여름 유난히 맥을 못춘 공포영화의 마지막 주자로서 다른 영화에서 느낀 실망감 '덕분'에 후한 평가를 받는 영화가 됐다.

봉 감독 연출 생활 처음으로 받은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 그는 10대 후반 한창 외모에 관심을 갖는 나이의 여학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 또래 관객층의 요구에 부응하면서 설득력 있는 스토리로 드라마 구조를 완성시켰다.

살인사건이 등장하는 공포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왜 죽였나'와 '왜 죽었나'의 이유를 과장된 포장 없이 담백하게 드러냈다.

비교적 적은 제작비로 알뜰하게 영화를 만들어냈다는 인상도 남겼으니 봉 감독은 꽤 좋은 성과를 거뒀다.

17살 발랄한 여고생 현수(신세경 분)는 성형외과 의사인 엄마(도지원)와 단 둘이 씩씩하게 살아간다.

현수 친구들은 외모에 대한 끝없는 관심을 보이고 조금이라도 더 예쁘게 보이기 위해 성형수술을 한다.

수술대 위에 오른 현수의 절친한 친구 수경은 마취하는 동안 누군가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듯한 환영을 본다.

수술 이후 몰라보게 예뻐졌다는 말을 듣지만 수경은 자신의 얼굴이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다.

결국 수경은 자신의 얼굴을 난자한 채 죽고, 현수의 미술학원 친구인 재희와 혜원 역시 수술 이후 귀신에게라도 홀린 듯 더 예쁘게 해주겠다며 서로의 얼굴에 칼을 그어 과다출혈로 죽고 만다.

엄마에게 수술받은 친구들의 잇단 죽음에 현수는 괴로워하고 어린 시절부터 엄마가 절대로 들어오지 말라고 했던 작업실의 문을 연다.

그곳에서 현수는 흉칙한 '1994년 최현수'라는 아이의 얼굴 사진을 보고, 이혼한 아버지에게서 자신이 입양아라는 고백을 듣는다.

점점 더 엄마와 멀어지려는 현수와 그런 현수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엄마. 두 사람 사이의 비밀은 지하 작업실에서 서서히 드러난다.

따지고 들며 영화를 보자면 허점도 드러난다.

모든 상황이 현수와 엄마를 중심으로 돌아가기에 다른 인물들의 역할이 그리 크지 않다.

호화로운 집과 낡고 으스스한 지하 작업실의 분위기의 대비는 전혀 다른 공간을 배치하려는 흔적임을 강요한다.

그렇다 해도 반전에 반전은 나름대로 극적 효과를 야기하고, 결말 부분은 아련함을 자아낸다.

극단의 공포감보다는 공감을 바탕으로 끄집어낸 공포감에 점수를 줄 만하다.

17일 개봉.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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