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액스, 취업에 관한 위험한 안내서(The AX)'는 주인공 브뤼노 다베르(호세 가르시아)가 구조조정으로 해고를 당하면서 시작된다.

성실한 가장이며 제지공장에서 15년간 근속한 성실한 회사원인 그는 15개월치의 월급을 퇴직금으로 받고 "자네는 능력이 있으니 일자리 구하는 건 식은 죽 먹기일 거야"라는 동료의 한결같은 성원 속에 직장을 기분 좋게 박차고 나온다.

그런데 2년 반이 지나도록 직장을 구하지 못한다.

그러는 동안 그는 어느새 모든 일에 짜증을 내고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공격적인 가장이 돼 있다.

다베르는 자신이 취업을 하지 못하는 이유를 곰곰 생각하던 차에 자기와 비슷한 능력을 가진 구직 경쟁자들을 제거하면 자신이 취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그는 그 방법으로 제지업 관련 허위 구인광고를 내고, 응모자들 중에 자신과 비슷한 경력을 가졌지만 같은 회사에 취업지원서를 낼 경우 자신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것으로 예상되는 실업자들을 골라 제거하기로 결심한다.

제거는 한마디로 그들을 죽인다는 것.
이들 중에는 자신이 목표로 삼고 있는 전도 유망한 제지회사 아르카디아의 홍보담당도 포함돼 있다.

그는 자신이 갖고 있던 오래된 권총을 무기로 하나둘씩 계획을 이행에 나간다.

영화 '액스…'는 세계적인 거장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2005년 최신작이다.

그리스 출신이지만 프랑스 국적을 갖고 활동 중인 그는 정치영화 'Z'로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영화상과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감독 대열에 오른 뒤 '계엄령' '미싱' '뮤직박스' 등을 통해 거장으로 추앙받고 있다.

이 영화는 미국의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원작은 '아메리카 드림'의 허상을 꼬집지만 영화는 소설의 얼개만을 따왔을 뿐 프랑스를 배경으로 해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과 풍자를 담아낸 블랙코미디라 할 수 있다.

영화는 한 인간의 삶이 실업으로 인해 얼마나 망가질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주인공 다베르는 살인에 대해 죄책감을 갖지만 이를 행동으로 옮길 때는 아무런 감정의 동요를 보이지 않는다.

오직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신념만이 얼굴에 가득하다.

윤리는 그의 머리 속에서 떠난 지 오래다.

실업으로 인해 변해버린 남편 때문에 아내 마를렌(카랭 비야)은 부부문제와 관련된 상담을 신청한다.

그러나 상담 중에도 다베르는 "당신이 나에게 직장을 줄 수 있어?"라면서 부부관계의 회복보다는 직장이 우선임을 강조한다.

그에게는 구직만이 잃어버린 행복을 다시 가져다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액스…'는 뚜렷한 주제의식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다베르의 무표정한 표정과 중간중간 삽입되는 우스꽝스런 장면이 웃음을 주지만 이는 영화 전편을 끌고 가는 주제의식 때문에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영화적 재미가 많지 않은 작품을 12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보는 것도 일반 관객에게는 쉽지 않은 일.
올 초 개봉한 '구타유발자들'처럼 하나로 응축되는 메시지에는 박수를 보낼 만하지만 재미있다고까지 말하기에는 다소 힘에 부치는 면도 없지 않다.

이는 잘 차려진 프랑스 요리가 우리 모두의 입맛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10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서울연합뉴스) 홍성록 기자 sungl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