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그래픽(CG) 기술을 이용해 이미 사망한 배우나 실존하지 않는 가상의 배우를 마치 실제 살아있는 것처럼 영화 속에 등장시키는 '디지털 액터(배우) 제작사업'이 내년 1월부터 정부 주도로 본격 추진된다.

또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논문조작 사건으로 황 교수가 제1호 최고과학자 지위를 박탈당하는 등 문제점이 노출된 '최고과학자 지원사업'이 '국가과학자 지원사업'으로 명칭이 바뀌고 연구비 지원규모도 크게 축소된다.

정부는 2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김우식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 주재로 제17회 과학기술 관계장관 회의를 개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디지털 액터 제작사업 추진계획과 최고과학자 연구지원사업 개편방안 등 4개 안건을 심의, 확정했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대형 국가 연구개발(R&D) 실용화 사업을 선정하기 위해 5월부터 7월까지 디지털 액터 제작사업과 허혈성 혈관치료제 개발 사업 등 2개 과제를 대상으로 사전 타당성 조사를 벌인 결과, 디지털 액터 제작사업을 최종 추진과제로 확정했다.

디지털 액터 제작 사업은 CG기술을 이용, 디지털 배우를 만들어 실제 살아있는 배우처럼 영화 속에 등장시키는 것으로, 컴퓨터 기술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기술로 평가받고 있으며 향후 영상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예컨대 디지털 액터 기술을 통해 이미 사망한 슈퍼맨 크리스토퍼 리브, 액션 배우 이소룡 등을 살아있는 배우로 둔갑시켜 영화의 주인공으로 만들거나, 대중적 인기를 얻을 만한 가상의 인물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 영화에 등장시킬 수 있게 된다.

디지털 액터 사업이 대형 국가연구개발 실용화사업 추진 과제로 선정됨에 따라 정부는 주관부처인 정보통신부, 문화관광부의 책임하에 실용화 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통해 내년 1월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한다.

정부 투자 150억원, 민간 자본 150억원 등 총 3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며 CG 제작기술 실용화 및 해외 진출을 위해 150억~200억원 규모의 펀드도 조성될 예정이다.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을 계기로 과기부가 마련한 '최고과학자 연구지원사업' 개선방안도 이날 회의에서 확정됐다.

개선방안에 따르면 '최고과학자'라는 명칭을 '국가과학자'로 변경하고 연구비 지원규모 및 지원기간도 5년간 연 30억원이던 것을 연간 최대 10억원씩 3년간 지원한 후 평가를 거쳐 3년 연장하는 방식(3+3)으로 수정했다.

국가과학자를 뽑을 때 연구업적만 평가하던 최고과학자와 달리, 과제계획서도 함께 평가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달 중 국가과학자 후보자 추천서를 접수, 8월부터 9월까지 후보자 심사를 거쳐 제1호 국가과학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또 과기부와 문화부가 추진중인 '문화와 과학기술 만남'사업의 중점과제로 ▲3차원(3D) 입체영상으로 문화재 복원 ▲극장에 디지털 시스템을 설치, 디지털 시네마 구축 ▲스포츠과학 기반기술 개발 ▲예술종합학교.한국과학기술원의 문화콘텐츠 기획.제작 분야 핵심인재 양성 등이 선정됐다.

이밖에 과기부는 2015년까지 독자적 우주개발 능력을 확보해 세계 10위권의 우주강국에 진입한다는 국가 우주개발 목표를 제시하고 ▲2010년까지 총 13기의 인공위성 개발 ▲고흥 우주센터 건설 ▲한국 우주인 배출사업 등 국가 우주개발 추진현황을 보고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내 기자 j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