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이유없는 폭력의 풍경 '구타유발자들'

꾀죄죄한 옷을 걸친 매사냥꾼이 싱긋 웃는 순간 수십년간 칫솔질을 한 번도 하지 않은 듯한,시커먼 이빨이 드러난다.

친절하고 순박하게만 보이던 다른 남자의 입에선 무시무시한 욕설이 터져 나온다.

교통단속반 순경은 '양아치'처럼 협박조로 딱지를 끊다가 깡패보다 심한 폭력을 휘두른다.

이런 '야만인'들과 드라이브길에서 우연히 만난 음대교수와 여제자.

그들의 심적 육체적 고통은 시간이 갈수록 가중돼 간다.

원신연 감독의 코믹잔혹극 '구타유발자들'은 음대교수와 여제자가 낯선 사람들과 만나서 겪는 끔찍하고 살벌한 폭력을 그렸다.

독특한 분장과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가 인상적인 영화다.

모든 등장인물들은 개성적이지만 의도적으로 호감이 전혀 가지 않도록 꾸며져 있다.

심지어 폭력의 희생자격인 음대교수와 여제자도 마찬가지다.

음대교수는 여제자를 성추행하고,여제자는 애매한 태도로 폭력을 부추긴다.

이기심에 이끌려다니는 사람들이 계급과 직업,성(性)의 차이로 인한 이질감을 극복하지 못한 채 서로 충돌하는 것이다.

이질감의 극단적 표현이 폭력이라면 호감이 가지 않는 이 영화의 인물들은 낯선 장소와 사람에게 느끼는 불편함과 두려움을 형상화한 캐릭터다.

영화는 그러나 모든 인간은 서로에게 타인이며 공포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지지 못한다.

이야기의 핵심인 폭력은 동기가 분명하게 제시되지 않은 채 유희적이며 퇴행적으로 자행될 뿐이다.

잔혹한 폭력이 여과 없이 담긴 장면들은 관객들에게 심한 불쾌감과 불편함을 준다.

이로써 영화는 개성적인 캐릭터들이 펼치는 한바탕 싸움에 그치고 말았다.

싸움은 한적한 강변이란 한 장소에서 펼쳐지고,좁은 공간은 인물들의 표정과 행동을 부각시킨다.

매사냥꾼역 오달수,동네 양아치역 이문식,순경역 한석규,교수역 이영선 등은 저마다 기이한 표정과 행동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끈다.

음대교수가 탄 최신형 벤츠도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다.

벤츠가 선망의 대상에서 적개심의 표적으로 바뀌며 만신창이가 되는 과정은 음대교수가 동네 깡패들에게 호기심의 대상에서 구타의 표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은유하고 있다.

31일 개봉,18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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