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요? 누구보다 잘났다고 생각한 적 없어요"

'6년 전을 기억하라.'

'타임 100'에 선정된 가수 비(24)의 휴대폰 화면에 적힌 문구다.

'타임 100' 파티 때 레드 카펫을 밟으며 퍼뜩 떠오른 생각을 옮겼다.

6년 전이란 연습생 시절. "난 이제 시작이다.

그때 마인드로 몸을 추슬러 달리겠다"는 뜻을 함축한다.

27일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JYP엔터테인먼트 사무실. '레인(Rain)'이란 이름으로 성큼성큼 세계 무대로 걸어나간 비, 입가를 시원하게 올린 미소로 반긴다.

"요즘 제 미소가 너무 가식적인 것 같아요."

인기의 양과 질이 상승하면 오만과 자만이 고개를 쳐들지만 그의 미소와 솔직함은 여전히 순수해 안심이 된다.

◇"무대에서 내려오면 소심해지죠"

잦은 아시아권 나들이, '타임 100' 선정 이후 본인 스스로는 달라진게 없다.

단지 "영어를 하는게 살 길"이며 "청소년기 잠 안자고 영어 공부할 걸" 후회했다고. 지금은 영어 단어책을 끼고 산다.

"오히려 제 주위의 기대가 커졌죠. 더 나은 무대, 노래를 위해 제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합니다.이젠 하루하루가 기회의 연속이거든요."

성실ㆍ욕심으로 똘똘 뭉친 자아와 너무 외롭게 싸우는 건 아닌지. "많이 외롭죠" 한마디에 여러 의미가 전달된다.

그렇다고 '우울모드'는 아니다.

일을 즐기는 법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비는 "내가 누구보다 특출나고 잘났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누구보다 잘된다고 이상한 마음을 먹은 적도 없다"고 말하면서 "하지만 무대와 카메라 앞에 서면 난 스스로가 최고라고 생각한다.그땐 내가 아니다"며 웃었다.

"하지만 무대에서 내려오면 전 소심해져요.신인이던 누구든 상관없이 그 누구에게나 배우려 합니다. 제가 남을 인정해야 남도 저를 인정하거든요.앞으로 설령 제가 변할지라도 '도리와 덕'은 지킬겁니다."

◇"저를 둘러싼 '설(說)' 믿지마세요"

비의 주가가 연일 상종가를 치자 몸값은 100~150억원까지 치솟았다.

내년 5월께 JYP와 계약이 만료되지만 올해 초부터 그의 영입설, 이적설은 기승을 부렸다.

정작 당사자의 입에선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저를 빌미로 사업하려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어요.그런 '설'들 믿으면 안되요.사기당하는 사람이 많을까 우려되요.아직 전 JYP와 1년이란 기간이 남아서 지금은 확실한 답이 없습니다.아버지가 여러 소속사와 접촉한다는 루머도 있는데 아버지와 저는 서로의 일에 관여를 안합니다."

본인의 몸값이 100억ㆍ150억, 돈으로 환산되는데 대한 느낌은 어떨까.

"말이 100억원이죠. 기분 좋은 얘기지만 거품도 있을 겁니다.아시아 시장과 미국 진출의 영향으로 기대치가 높아졌다는 뜻이니 부담이죠. 그냥 일만 하고 싶네요."

그의 활동 라인업은 이미 내년까지 나와있다.

현재 부산에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를 촬영중이고 10월15일 4집 발매, 12월부터 5개월간 아시아권 11개국 투어에 나선다.

미국 진출은 내년 중순으로 미뤘다.

"미국 진출보다 체계적인 아시아권 시장 구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아시아권에 더 신경써서 자리잡으면 미국엔 더 쉽게 진출할 것 같아요.아시아권 투어만도 제겐 기적입니다.내년 중순엔 꼭 미국서 데뷔할겁니다."

◇"박찬욱 감독님과는 소주로 스트레스 풀죠"

요즘 비는 영화 데뷔작을 위해 부산 사나이가 됐다.

박찬욱 감독이 연출하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를 해운대 인근에서 55%가량 찍었다.

인터뷰 다음 날도 서울 광운대학교에서 팬미팅을 가진 후 부산으로 떠난다.

"정신병원에서 안에서 벌어지는 남녀의 이야기인데 이 영화를 찍으면서 정신적으로 불완전한 분들도 누구보다 순수하고 착한 영혼을 가졌단걸 깨달았어요.편견이 깨졌죠."

그는 이 영화가 로맨틱 코미디라 얘기할 수도, 없을 수도 있다며 웃었다.

첫 작업인 박찬욱 감독에 대해선 "젠틀, 카리스마, 순수를 갖춘 분이다.영화와 관련된 지식을 철학적으로 갖고 있다.자기만의 색깔이 강하시다"며 "스트레스를 받을 땐 감독님과 소주 한잔으로 푼다"고 했다.

누나인 임수정은 자상하고 편안한 사람이라고 덧붙인다.

틈틈이 4집 준비도 병행하고 있다.

프로듀서 박진영 외에 여러 작곡가들도 참여한다.

"새 음반이 업그레이드됐냐는건 대중이 판단합니다.제가 얼마나 최선을 다했느냐가 문제죠. 4집은 음악 스타일, 이미지 메이킹에서 큰 변화가 있습니다.전 지금껏 남성미가 강했지만 중성적인 이미지를 보시게 될겁니다.나머진 비밀입니다."(웃음)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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