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은 3일 도쿄돔의 팬미팅이 끝난 뒤 오후 9시40분부터 기자회견을 마련했다.

3시간 이상을 무대에서 종횡무진한 그의 얼굴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엿보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오늘 팬미팅의 소감은 어땠는가.

▲어떻게 이런 큰일을 치렀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

아까 팬미팅에서도 얘기했듯이 두 가지 일(그는 현재 새로운 영화를 촬영하고 있다)을 한꺼번에 하는 것은 내 적성에 맞지 않는다.

팬미팅이 끝난 소감은 한편으로는 팬들과 헤어진다는 것이 아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공연이 끝나서 시원하기도 하다.

복잡 미묘한 감정이다.

--마지막에는 눈시울을 붉혔는데, 그 눈물의 의미는.

▲내가 가수가 아니라서 그런지 이런 무대가 조금 낯설었다.

가수들이 콘서트를 하면서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곤 했다.

실제로 팬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지만 거의 흘릴 뻔했다.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참았다.

나도 왜 눈시울을 붉혔는지 잘 모르겠는데, 마지막에 팬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할 때 나도 모르게 몸속에서 뜨거운 무엇이 올라오는 것을 느껴 참는 데 힘이 들었다.

--6월에 발간하는 사진집의 콘셉트와 내용을 소개해달라.

▲작가 선생님이 예술적 감각이 꽤 뛰어난 분이라고 들었고 또 처음 만났을 때 그분의 작품도 다 봤다.

인물사진집과 작품 작가가 만나 앙상블을 이룬다면 상당히 좋은 사진집이 만들어질 것 같아 처음 시작하게 됐다.

처음 의도는 영화 같은 구성을 가미해 스토리가 있는 사진집을 만들려고 했다.

제목은 'LBH가 LBH를 만난다'로 또 다른 나 자신을 찾는, 어쩌면 오늘 팬미팅의 타이틀과도 여러가지 흡사한 부분이 있다.

사진집에는 작품사진집인지 인물사진집인지 모를 정도로 멋있는 사진들이 많이 담길 것이다.

촬영을 다 마친 뒤에는 짧은 영화의 촬영을 끝낸 기분이 들 정도로 힘이 들었다.

스태프들이 많은 고생을 했다.

--오늘 연출을 맡은 아키모토 씨에게 어떤 제안을 했나.

또 어떤 연출이 제일 마음에 들었는가.

▲나도 엉뚱한 생각을 자주 하고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편이어서 주변에서 아이디어맨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데 아키모토 선생님을 만나고 나서 '나는 별거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정말 아이디어가 풍부한 분이라고 느꼈다.

이번 이벤트는 쇼도 아니고 어떤 행사나 공연이라기보다는 팬과 만나고 싶어서 만나는 단순한 의미를 지닌 자리였다.

이 의미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주고 구성을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그리고 여러분도 보아서 잘 알겠지만 상당히 연출된 부분이 많았는데, 그것들은 다 아키모토 선생님의 작품으로 이런 대단한 결과에 나도 놀랐다.

팬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거나 얘기할 때는 진정한 내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홈리스(노숙자)로 변장한 부분과 카메라로 객석을 비춘 것은 내 아이디어였다.

그리고 낭독극과 액션 신을 비롯한 나머지 부분은 전부 아키모토 선생님의 아이디어였다.

특히 제일 첫 장면의 액션 부분이 꽤 임팩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오늘 공연을 하면서 가장 감격스러운 순간은 언제였나.

▲만남은 헤어짐을 전제로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잘 모르겠는데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할 때였다.

--공연을 막 끝내 매우 피곤하고 또 배도 많이 고프리라 생각한다.

지금 제일 먹고 싶은 음식은.

▲실은 어머니가 김치와 고추장아찌를 싸주셔서 대기실에서 조금씩 먹었는데, 지금은 긴장한 탓인지 배가 전혀 안 고프다.

(도쿄연합뉴스) 서현주 통신원 sutekinas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