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도쿄돔 주변은 한류 스타 이병헌을 스크린 밖에서 직접 보기 위해 몰려든 팬들로 낮 시간부터 붐볐다.

3일 오후 6시 도쿄돔에서는 4만2천여 명의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이병헌 in 도쿄돔' 팬미팅이 열렸다.

대형 스크린에서 이병헌이 도쿄돔으로 향하는 영상이 흐르다가 영화 촬영 때와 같은 이병헌의 멋진 액션 장면으로 바뀌는 순간, 무대에서는 스크린과 똑같은 이병헌의 스탠트 액션이 연출돼 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이어 빨간 재킷을 입고 무대에 등장한 이병헌이 도쿄돔을 가득 매운 팬들을 보고 "이런 장관은 난생 처음"이라며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팬들을 직접 만나고 싶어 이 자리를 마련했는데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기쁘게 인사했다.

사회를 맡은 아사히TV의 간판 아나운서 오시타 요코가 "이병헌 씨를 만나기 위해 우리도 한자리에 모였습니다"라고 말하자 스탠드에 앉아 있던 팬들이 일제히 파도타기를 펼쳐 이병헌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병헌은 "일본 팬들을 너무나도 만나고 싶었으나 짧은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아 많은 팬들을 한꺼번에 만나기 위해 도쿄돔에서 팬 미팅을 열게 되었다"고 밝혔다.

뒤이어 이병헌에 대한 팬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시간이 마련됐다.

그는 인터뷰를 많이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나는 배우인데 배우는 자신의 삶을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일상의 모습을 너무 많이 보이면 작품 속에서 팬들이 내 캐릭터에 몰입하지 못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영화 '달콤한 인생'으로 영평상, 춘사상, 백상예술대상 등 연거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것과 관련해 "한 영화로 세 번이나 상을 받게 돼 쑥스럽고 기쁘다"며 "상은 배우에게 행복함을 주어 좋은 것이지만 상 때문에 더욱 경직되고 너무 많은 것을 심사숙고하는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상 받은 것을 의식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좋은 감독, 좋은 작품이 있으면 일본뿐 아니라 다른 어느 나라 작품이라도 출연할 의사가 있다"고 대답했다.

한류 스타 최지우도 이병헌이 그 동안 출연한 작품을 소개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코너에 등장해 "이런 자리에 서게 돼 감사하지만 부럽기도 하다"며 꽃다발과 함께 축하인사를 건넸다.

이날 최지우는 이병헌과 함께 영화 '누구나 비밀은 있다'와 드라마 '아름다운 날들'을 촬영하며 가장 힘든 장면은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오빠는 감정을 잡아야 하는 대목에서 장난을 치고 춤까지 춰 NG를 많이 내게 했다"고 '불평'했다.

또 이병헌에게 최지우와 작품을 같이 하고 싶은지 묻자 "지우는 성격도 좋고 성실한 배우"라면서 "촬영장에서도 불만이 없는 배우지만 높은 힐만 신지 않는다면 같이 하고 싶다"고 답해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가수 신승훈도 이 자리를 축하해주기 위해 참석했다.

신승훈은 무대에서 'I Believe' '나보다 더 높은 곳에 니가 있을 뿐' '어떡하죠' 등 세 곡을 잇따라 불러 이병헌 팬미팅의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이날 신승훈은 "이병헌 씨에게 긴장하지 말라고 했는데 지금은 내가 더 긴장된다"며 무대에 오른 소감을 말했다.

드라마 '아름다운 날들'의 주제가를 부른 가수 제로와 섹시 여가수 아이비도 축하무대를 꾸몄다.

이날 행사에는 군 복무중인 송승헌이 영상으로 축하 메시지를 보내왔다.

이병헌은 송승헌에 대해 "군에 가지 않았으면 이 자리에 분명히 왔을 의리의 친구"라며 둘 사이의 우정을 과시했다.

스스로 자신의 매력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는 팬의 질문에는 "대답하기 가장 힘든 질문 중에 하나"라고 주저하는 표정을 지은 뒤 "언젠가 엉덩이가 매력이라고 얘기했는데 나는 배우로서 좋은 얼굴을 가졌다는 말이 가장 듣기 좋다"고 말했다.

마지막 순서에서는 드라마 '아름다운 날들'의 주제가 '약속'을 직접 부르며 세 시간에 걸친 대규모 팬미팅을 성공리에 끝마쳤다.

(도쿄연합뉴스) 서현주 통신원 sutekinas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