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행은 언제고 가슴이 먼저 설레이기 마련이다. 다산과 영랑의 혼이 서린 강진행이고 보니 더욱 그러하다. 지난달 29일 강진행 버스 안엔 반가운 얼굴들이 많았다. 김남조 시인을 비롯해 오세영 이가림 신달자 유자효 등 여러 문인이 빼곡히 타고 있었다.

내처 뻗은 남도길엔 복숭아꽃과 배꽃이 흐드러졌다. 강진 시내에 들어서자 거리 풍경이 무척이나 고즈넉하면서도 기품이 있어 보였다. '제1회 영랑문학제,제4회 영랑시문학상 시상'. 영랑기념사업회 계간 '시와 시학'이 주관하고 강진군이 주최하는 이번 행사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행사장인 강진군청 주차장 옆으로 '영랑생가' 표지판이 커다랗게 보였다. 표지판의 화살표를 따라 올라가자 비탈진 골목길 끝에 한 채의 솟을대문과 모란꽃밭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모란꽃! 입에서 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생가는 비교적 원형에 가까웠고 아직도 사람 냄새가 나는 듯 싶었다. 모란꽃도 그러려니와 마당가에 있는 우물터,잘 가꾸어진 초가지붕과 마루가 더욱 그러했다.

강진군문화회관에서 열린 특별강연회. 첫 번째 연사로 나선 영랑 선생의 삼남 김현철씨는 감격에 겨운 듯 아버지에 대한 추억과 회고를 풀어 놓았고 이어서 등단한 김재홍 교수(경희대)는 순수한 서정시인으로만 평가돼온 영랑의 시에서 저항적 현실인식과 지사적 면모를 더불어 밝혀 재조명했다. 김 교수는 영랑 시의 뿌리가 소월 만해 지용과 맞닿아 있을 뿐더러 시인의 가슴,지사의 혼이 바로 영랑의 시 정신의 실체임을 강조했다.

오후 7시에 개막된 영랑문학제. '영랑 시문학상' 시상에 앞선 개막식에선 영랑의 손녀인 김혜경 교수(대구예술대)가 가곡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불러 감동을 자아냈다. 노래 반주 또한 시인의 증손녀가 맡아 더욱 뜻이 깊었다. 들으니 선생의 자녀 5남3녀 가운데 2남2녀가 생존해 있을 뿐만 아니라 손자.증손자를 합해 45명에 이른다니 입이 절로 벌어지는 일이었다. 제4회 영랑시문학상 본상은 김남조 시인(예술원 회원),우수상은 정일근 시인이 수상했다. 오세영 한국시인협회 회장의 축사와 소프라노 이명순 교수(경희대)의 축가,이가림 신달자 강미정 시인의 축시 낭독과 함께 사물놀이,오카리나 연주,색소폰 연주,가요와 스포츠 댄스,여고생들의 춤 등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마지막을 장식한 '바위섬'의 가수 김원중의 노래까지 장장 3시간. 그것은 유장한 흐름이었고 하나의 여유로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