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강사 크리스(조나단 라이 메이어스)는 부유한 수강생 톰의 주선으로 그의 여동생과 사귀게 된다.

여동생은 크리스의 아내가 되고 남편에게 번듯한 직장도 준다.

그러나 크리스의 마음은 톰의 애인 노라에게 향해있다.

사랑과 야망 사이를 줄다리기 하다가 한계 상황에 봉착한 크리스는 마침내 노라를 죽이기로 하는데….

우디 앨런 감독의 '매치포인트'는 마치 리즈 테일러와 몽고메리 클리프트가 주연한 고전멜로 '젊은이의 양지'(1951)의 영국버전 같다.

부유한 아내와 가난한 애인 사이에서 방황하는 한 청년의 이야기라는 골간이 흡사하기 때문이다.

미국인 노라를 제외한 세 사람은 영국인이며 공간적 배경도 영국이란 게 다르다.

등장인물의 러브게임에서 가장 큰 피해자가 노라임을 고려하면 영국 상류사회에 진입하려다 추방되는 미국인쯤으로 해석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작품에는 미국의 대표적인 작가감독으로 평가되는 우디 앨런 특유의 냉소가 배어있다.

억세게 운 좋은 놈은 능력과 상관없이 출세하며 살인을 저질러도 용서받는다는 식이다.

'젊은이의 양지'에서 몽고메리 클리프트가 애인에 대한 '마음의 살인'을 인정하며 형장으로 걸어갔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 작품에서 크리스의 살인행각은 무척 허술하지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경찰들이 그에게 면죄부를 씌워주는 장면은 오히려 유머 구실을 한다.

친한 친구나 가족 사이의 갈등과 위기를 자주 그렸던 앨런 감독의 취향도 그대로 투영돼 있다.

'맨해튼'에서 주인공이 친구의 애인을 가로챘고,'한나와 그 자매들'에서는 형부가 처제를 사랑했다.

그의 주인공들은 이처럼 도덕적 함정에 예사로 빠져든다.

기존 이미지와 정반대로 주인공을 캐스팅하는 앨런의 또 다른 취향도 눈에 띈다.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하는 노라는 임신을 무기로 크리스를 압박하는 적당히 속물적인 여성이다.

그러나 스칼렌 요한슨은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아일랜드' 등에서 청순한 이미지로 팬들의 요정이 됐다.

13일 개봉,18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