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에 생사 두 글자를 새기고 살아야 합니다. 생은 이미 받았으니 남은 것은 사 뿐입니다. 우울해하거나 근심할 때 죽음이 찾아듭니다. 오직 1000년을 살 것처럼 자질구레한 감정에 집착하고 애걸복걸하는 어리석음이 저승사자를 불러들입니다. 죽음은 대립할 원수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야 할 도반(道伴)입니다." 1년을 석 달 단위로 끊어 결제와 해제를 거듭하며 살아온 선객 지수 스님이 수행 에세이 '마음 탓이다'(시공사)를 펴냈다. 1978년 팔공산 파계사로 출가한 지수 스님은 전남 해남 대흥사 관음암에서 네 해 동안 살며 가졌던 느낌과 생각을 모아 책에 담았다. "하루의 첫 시간을 좌선으로 맞이합니다. 화두가 무엇이며 어떻게 참구하는가는 다음에 생각할 일입니다. 지금은 오직 바른 자세로 앉은 것만을 능사로 삼습니다. …남의 말에 속고 인정에 속고 온갖 신념과 이념,광고에 속아 지내는 꼭두각시의 삶일랑 이제 마침표를 찍어야 합니다." 지수 스님은 또한 '자기 얼굴이 마돈나를 닮지 않았다고 해서 깎아내고 땜질하는' 세태를 향해 "가짜를 붙이면 삶도 가짜로 전락하게 마련"이라며 당신은 몇% 진짜인가 묻는다. 또한 인연을 맺은 주위 사람들에게 금방 싫증 내지 말고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라고 충고한다. 그러면서 첫 새벽에 긷는 샘물처럼 매일 삶을 새롭게 가꾸는 지혜를 전하고 있다. 260쪽,9500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