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우가 올들어 벌써 두 편째 영화로 인사한다.


'야수'에 이어 23일 '청춘만화'(감독 이한, 제작 팝콘필름)에서 전혀 다른 스타일과 연기로 변주를 시도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헤어스타일. '야수'에서 후줄근한 점퍼에 전혀 다듬지 않은 헝클어진 머리로 거친 남성을 표현했다.


그러나 '청춘만화'에서 보이는 그의 스타일은 웃기려고 작정한 듯 하다.


예고편에 등장한 모습은 60~70년대에나 봤음직한 '바가지' 머리에 후줄근한 트레이닝복 차림이다.


2003년 권상우를 흥행 배우 반열에 올려준 '동갑내기 과외하기' 콤비 김하늘과 재회해 찍은 영화다.


김하늘의 연기에 상당부분 기대야 했던 그 때와 달리 '청춘만화'가 선보이는 2006년의 권상우는 많은 것을 이뤄왔다.


"걱정반, 기대반이에요.


담담하게 기다리고 싶은데…" 아니라는 뜻이다.


'야수'의 흥행 실패는 흥행 코드가 확실한 영화의 개봉을 앞둔 권상우에게 여전히 큰 부담으로 남아있는 듯했다.


"흥행은 하늘의 뜻이라는 걸 새삼 알았어요.


그만큼 많은 것을 쏟아부었는데. 앞으로 어떤 영화를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

인터뷰 초입에는 대중에게 그다지 사랑을 받지 못했던 '야수'를 통해 갖게 된 불안함, 막막함 등을 이야기했다.


"저, 지금 스타와 배우의 중간에 와 있는 것 같아요.


청춘 영화는 '청춘만화'를 끝으로 좀 쉬고 싶어요.


좋은 드라마에 대한 욕심도 있고, 차승원 선배같이 재미있으면서도 감동을 주는 연기도 하고 싶고, 장진 봉준호 감독님 같은 분과 작업하고 싶기도 해요.


"

일부러 '청춘만화'로 화제를 돌렸다.


그러잖으면 권상우는 자신이 말하면서 자신의 감정에 점점 더 빠져들 것 같았다.


"'말죽거리 잔혹사'에서는 이소룡을 동경하는 '이소룡 키드'였죠. '청춘만화'에서는 성룡을 담고 싶어하는 '성룡 키드'에요.


캐릭터도 저와 같이 성장한 거죠."

13년 동안 우정을 쌓아온 지환과 달래. 사랑인데도 사랑인 줄 모르고 있다.


"지환이는 참 건강한 애예요.


건전하고 반듯하고, 즐겁고. 긍정적인 면에서 나랑 비슷한 것 같고, 달래는 누가봐도 사랑스러운 여자죠."

'연애소설'의 이한 감독을 믿었다.


"웃음이 있고, 따뜻한 사랑과 감동이 있다"는 그는 "오버를 할 수도 있었는데 감독님한테 모두 맡겼다.


어떻게 보면 진부한 사랑일 수 있지만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게 더 쉽게 사랑을 설명해주는 듯 했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지내온 지환과 달래는 인생의 큰 위기를 만나면서 함께 그 어려움을 헤쳐간다.


두 사람의 감정이 사랑이었음을 13년이 지난 뒤에야 깨닫게 되는 것.

"그냥 웃기기만 하는 로맨틱코미디영화가 아니라는 점이 좋았어요.


오랫동안 제가 생각해왔던 그런 이야기죠."

영화 '왕의 남자'의 '보고 또 보고' 팬들을 염두에 둔 건지 그는 "이성으로 사귀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 옆에 누군가 있으니 기분은 나쁘고. 애매모호한 관계에 있는 연인들이 다시 한번 와서 볼 만한 영화"라고 극구 강조한다.


권상우나, 김하늘이나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부담을 고스란히 떠 안고 있다는 걸 안다.


"사람들이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최소한 부끄럽지 않은 영화라고는 자신할 수 있어요.


"

늘 밝고 도전적이었던 그에게서 머뭇거리는 어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청춘만화'의 흥행 결과가 권상우의 앞으로의 배우 인생에 상당한 의미를 가져다 줄 것 같다.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