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5월 초연 이후 59만3천명이 본 극단 학전(대표 김민기)의 '지하철 1호선'이 29일로 3천회를 맞이한다. 단일 극단에 의해 1명의 연출가가 선보이는 뮤지컬로는 국내 최장기 공연이다. 독일 그립스 극단의 동명 뮤지컬을 한국 상황에 맞춰 김민기 대표가 번안, 연출한 '지하철 1호선'은 옌볜 처녀 '선녀'의 눈을 통해 실직가장, 가출소녀, 잡상인, 노숙인 등 1990년대 한국의 밑바닥 자화상을 보여준다. 공연계에선 소극장 뮤지컬에 라이브 밴드 도입, 최소 개런티를 보장하는 투명한 제작 시스템, 더블 캐스팅도 없고 스타도 나오지 않는 장기공연, 외국인 관객을 위한 영어와 일어 자막 서비스 등으로도 유명한 작품이다. 설경구 방은진 조성우 배해선 문혜영 등 최근 영화와 뮤지컬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배우들이 거쳐간 '배우사관학교' 작품이기도 하다. 국내 공연작 가운데 연극 '라이어'가 1996년 시작해 2천870회를 넘겼고 '용띠 위에 개띠'는 1997년부터 2천500회를 앞두고 있다. 올해 12년째 달리고 있는 '지하철 1호선'의 역사를 정리해본다. ◇숫자로 보는 '지하철 1호선' 2천978회 공연(3월7일 현재)에 총 출연 배우는 145명, 록 밴드 '무임승차' 연주자는 43명이고 6개월 이상 참여한 스태프만 꼽아도 150여명에 이른다. 해외 공연과 대극장 공연을 제외하곤 학전그린 소극장, 학전블루 소극장 두 곳에서 2천847회 공연됐다. 작품 배역은 모두 83개지만 회당 출연 배우 11명 가운데 '선녀'를 제외한 10명이 82개 배역을 소화해내, 1인당 평균 8개 배역을 연기하는 셈이다. 배우 가운데 최다 출연자는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노숙인 '땅쇠'와 '문디' 역을 맡은 이황의(1천322회), 연주자 중 최다 출연자는 색소폰의 이인권(1천251회)이다. 이인권은 역시 색소폰을 연주했던 신경숙과 결혼했고, 여자배우 중 최다 출연자인 이주원은 무임승차의 기타리스트 조인구와, 배우 권형준은 함께 출연했던 김은주와 각각 결혼에 골인했다. 극단 학전은 2002년부터 1년에 두차례 오디션을 통해 상반기와 하반기 공연팀을 선발해 공연을 올리고 있는데 공연마다 필요한 스태프는 38명이다. 공연팀이 바뀔 때마다 의상을 다시 제작하고 있어 지금까지 선보인 의상 수는 1천444벌, 배우와 스태프 등 제작진 식비는 어림잡아 5억5천200만원이다. 그동안 공연했던 버전은 1994년 초연 버전, 팔도 사투리 버전, 대극장 버전, 부산 지하철 1호선 상황에 맞춰 부산 사투리를 사용한 부산 버전 등 8개나 된다. 독일 그립스 극단의 동명 뮤지컬이 18일로 1천229회 무대를 맞는 것에 비해 한국의 '지하철 1호선'은 훨씬 많은 공연 횟수를 가지게 됐다. ◇장기공연에도 꾸준히 관객을 끄는 매력 극단 학전은 초연 다음해인 1995년부터 공개 오디션을 통해 인지도보다 능력 위주로 출연 배우를 전원 선발해왔고 배우들은 5-6개월의 장기공연, 2시간30분 동안 1인다역으로 자신들의 연기를 관객에게 평가받아왔다. 출연진이 바뀔 때마다 공연장을 다시 찾는 관객이 많아 10회 이상 작품을 본 이들도 많다. 출연자와 연주자들은 공연이 끝나면 나이와 경력에 따라 자신의 지분 만큼 출연료를 받는다. 공연이 시작되면 분장실에 유료 관객수가 전달되고 매월 프로그램 판매 수입까지 포함한 총 수입이 공개된다. 1996년 학전그린 소극장 개관작으로 공연된 뒤 30대 '넥타이 부대'가 몰리면서 평균 객석점유율 104%를 기록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장기공연을 시작하게 됐다. 상시 공연이 시작된 2002년 평균 객석점유율은 103%였으며 이후 80-90%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화려한 상류층이나 남녀간의 사랑에 초점을 두지 않고 소외된 이들을 다룬 '지하철 1호선'은 초연 때 진짜 운동권 학생 '안경'이 다음해 가짜로 바뀌고 1998년 경제 위기 상황이 반영되는 등 내용에 다소 변화는 있었지만 큰 틀은 그대로 유지하고있다. ◇제작진ㆍ원작자와 함께하는 3천회 기념행사 28일부터 3일간 학전그린 소극장에서 열리는 3천회 기념공연에서는 올해 상반기 공연팀이 주요 배역을 맡고 역대 출연진이 30여 개의 감초 역할로 무대에 선다. 이번 기념공연에는 그동안 총 출연진 145명 가운데 90여 명이 3회로 나눠 출연한다. 설경구 방은진 등 초연팀에서부터 다음해 출연한 오지혜 황정민 장현성 권형준 이정헌에 이어 배해선 조승우 문혜영 등 2000년대 팀까지 무대에 나온다. 록밴드 '무임승차'의 이전 연주자들도 상반기 밴드와 섞여 멋진 하모니를 들려준다. '지하철 1호선'의 원작자인 폴커 루드비히(Volker Ludwig) 씨도 3천회에 맞춰 독일문화원 초청으로 한국을 찾아 공연도 보고 기념식에도 참가한다. 이 작품을 가장 뛰어난 번안작품이라고 극찬했던 그는 2000년 1천회 공연을 맞아 한국을 방문, 저작권료 전액면제 인증서를 선물로 줬고 다음해 극단 학전을 베를린으로 초청했으며 2003년 2천회 공연을 앞두고 극단 학전 초청으로 내한공연을 했다. 극단 학전은 초연팀의 프로필 사진, 공연 사진, 대본, 제작과정을 보여주는 자료 등을 엮은 100여 쪽의 기념책자도 발간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j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