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힘들텐데도 지진희(35)는 예의 따뜻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믿음직한 이미지, 조용하고 진중할 것 같은 느낌. 스스로도 이렇게 설명하듯 지진희는 대중에게 바른 남성상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팬들이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될 듯하다. 다음달 16일 개봉하는 영화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감독 이하, 제작 MK픽처스ㆍ언더그라운드)에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할 만큼 은밀하면서도 통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문소리가 인터뷰에서 "피식 내뱉는 웃음"이라고 밝혔는데, 지진희는 "몰래 '크크크'하는 웃음이 나오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둘다 일맥상통하는 말. 지진희는 "일상에서 하고 싶은 것을 드러내놓고 하는 것을 보면서 가식을 벗게되고 묘한 통쾌함을 얻는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슬랩스틱 코미디가 아니다. 혼자 생각할수록 웃음을 주는 영화라고 한다. "왜 그런 것 있잖아요. 누가 뒤에서 내 차를 박았는데, 내리면 사실 욕부터 해주고 싶어도 참게 되죠. 체면이 있으니까. 그런데 박석규는 욕해요. 시원하게. 개와 함께 가다가 물웅덩이가 나오면 비켜가는데, 석규는 그냥 개 목을 붙잡고 폴짝 뛰어 건너요. 하고 싶으나 그렇게 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석규의 그런 만화적 모습이 웃음을 주는 거죠." 그가 맡은 만화가이자 대학 강사 박석규의 캐릭터가 분명하게 다가온다. 남자들의 애간장을 태우며 즐기고 사는 조은숙(문소리) 교수의 과거를 알고 있는 유일한 남자다. 잘생기고 젊은 석규의 등장에 조은숙을 따르는 남자들이 긴장하지만 그는 결코 그 싸움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음악을 듣다보면 쉬어갈 수 있고, 포인트를 주는 '통' '통'하는 소리 같은 캐릭터라 할까요. 영화를 아주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요소이며 가장 감독님과, 그리고 저와 가까운 캐릭터입니다." 그래서 촬영장에 가는 동안 "소풍 가는 기분으로 갔다"고 말했다. 일부러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았지만 시나리오가 이미 그의 머릿속에 들어 있었고, 그는 석규가 돼 매일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그보다 한 살 어린 감독은 그의 의견을 많이 반영해줬다.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한번에 읽어 내려간 게 'H'와 이 영화였어요. 사실 멜로쪽으로 이미지를 쌓아왔고, 앞으로 조금 더 굳힌 이후에 코미디에 도전해보고 싶었는데 시기를 조금 앞당길 정도로 마음에 와닿았던 시나리오입니다. 물론 석규가 코믹하다기보다는 엉뚱한 캐릭터이긴 하지만요." 지진희는 고현정과 공연한 드라마 '봄날' 이후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과 천커신(陳可辛) 감독의 '퍼햅스 러브'를 촬영한 이후 황석영 원작 '오래된 정원'(임상수 감독)을 촬영 중이다. 공교롭게 영화에만 줄곧 출연한 것. 영화를 고집한 게 아니라 좋은 작품이 내게 와서 영화에 출연하게 된 것뿐이지 드라마를 안하겠다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오래된 정원'을 촬영하는 와중에 지난 주에는 일본에 다녀왔다. '대장금'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후 처음으로 팬 미팅에 나선 것. 지진희 우표가 나와 이에 맞춰 행사를 열었다. 지진희는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NHK홀에서 팬미팅을 열었다는데 3천500명이 왔어요. '욘사마'만큼은 아니었지만 솔직히 기분 좋았죠, 뭐"라며 씩 웃는다.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