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복수의 추기경을 두게됐다는 것은 당연히 세계교회에서 한국 천주교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추기경은 교황을 직접 보필하면서 전세계 12억명에 달하는 가톨릭 신자들을 직접 통치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80세 이하의 현직 교구장이 추기경으로 서품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지난해 교황 요한바오로 2세의 서거 후 열린 콘클라베(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의 비밀회의)에 한국은 단 한 명도 파견하지 못해 큰 아쉬움을 남겼다. 우리나라의 유일한 김수환 추기경이 당시 83세로 교황 선거권이 없었기 때문이다. 추기경의 교황 선거권과 피선거권은 80세 미만의 추기경으로 제한된다. 하지만 정진석 서울대교구장은 현 교황이 서거하거나 사퇴할 경우 콘클라베에 참석할 수 있고, 또한 교황으로 선출되는 자격도 갖게된다. 성염 주 교황청 한국대사는 22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제2의 추기경 탄생은 예를 들면 반기문 장관이 유엔사무총장 된다면 국민의 자랑인 것과 같다"고 말했다. 또한 정 교구장의 추기경 서품은 로마 교황청이 북한 선교에 그만큼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정 교구장은 현재 평양교구장을 함께 맡고 있는데, 교황청은 그동안 북한을 비롯해 러시아, 중국 등 공산권 국가 선교에 한국 천주교가 중요한 역할을 맡아줄 것을 희망해왔다. 전 서독 출신의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분단국가와 공산권 국가 선교에 대한 큰 관심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나아가 추기경의 추가 서임은 교황청의 103위 시성 결정과 교황 요한바오로 2세의 두 차례 한국 방문 등에 비견되는 한국 천주교사에 있어서도 큰 경사다. 1983년 9월 바티칸의 교황청 비밀회의장에서는 한국 순교 복자 103위를 성인의 반열에 올린다는 결정이 내려졌는데, 가톨릭 2천년 사상 이처럼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성인이 된 것은 처음이었다. 성인이 되려면 기적의 사례가 필수요건이었는데, 이조차 그야말로 '기적적으로' 면제된 것이다. 이로부터 3개월 뒤인 11월25일에는 교황이 1984년에 직접 한국을 방문해 순교 복자 103위에 대한 시성식을 올린다는 내용이 교황청에서 발표돼 한국 가톨릭 신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그동안 시성식은 줄곧 로마의 베드로 대성당에서 거행됐었다. 1984년은 한국 교회가 창설 200주년을 맞이하는 해였다. 이에 앞서 1969년 교황청이 동양인으로서는 다섯 번째,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김수환 대주교를 추기경에 서임한 것도 한국교회사에서 보기 드문 축복이었다. 추기경 추가 임명을 계기로 한국천주교가 주어진 사명을 어떻게 풀어갈지에 세계 가톨릭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anfou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