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시상식인가.

28일 오후 7시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05 Mnet KM 뮤직비디오 페스티벌'은 가수ㆍ관객ㆍ시청자 그 누구를 위한 시상식도 아니었다.

그저 주최측을 위한 시상식이었을 뿐이다.

이날 무대는 올해 가요계 첫 시상식인데다 제작진이 "세상이 깜짝 놀랄 만한 엄청난 무대를 극비리에 준비한다"고 한 달 전부터 요란을 떨어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S.E.S 해체 후 첫 무대, 클론이 뮤직비디오에서 이미 보여준 눈속임으로 일어서는 무대, 대역을 이용한 보아의 공간이동 등 모두 국내외 시상식 및 공연장에서 보여준 수법을 차용한 '재탕'에 불과했다.

마주본 두 개의 대형 무대도 관객의 불편함만 가중했다.

관객은 양 옆으로 펼쳐진 무대에서 가수들의 옆모습을 보는 데 만족했다.

두 개의 메인 무대를 연결한 중앙 간이 무대에서 시상하고, 바로 옆무대에 출연진이 앉아 있는 콘셉트는 외국 MTV 어워드를 연상시켰다.

이날의 주인공인 가수들의 불만도 시상식 내내 터져나왔다.

축하 공연에서 정작 수상자들의 공연은 배제된 채 약 12분에 걸쳐 한 소속사 가수들의 개별 및 합동 무대가 펼쳐져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대기실 배정도 마찬가지. 많은 선배 가수들이 대기실을 배정받지 못해 차에서 기다렸으나 일부 신인가수들은 축하 공연팀에 분류돼 대기실을 차지, 눈총을 받았다.

한 여가수는 "노출 의상을 입은 여가수들이 추위에 떨며 복도에 서서 기다렸고 차량과 무대를 오가며 시상식을 준비했으나 정작 데뷔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신인들이 대기실을 모두 차지해 무척 화가 났다"고 말했다.

가수를 출연시키기 위한 의도적인 상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Mnet의 고위 관계자가 직접 나서 섭외한 S.E.S에게 준 Mnet KM PD선정 특별상이 그 중 하나다.

제작진의 어설픈 진행도 한몫했다.

극비리에 진행한다며 수상 및 시상자들에게 큐시트를 나눠주지 않은 탓에 가수들은 시종일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또 제작진은 대기실과 리셉션 현장에 취재진의 접근을 막았으나 주최측 고위 관계자들의 가족과 자제들은 현장에 자유롭게 들락거리며 인기 가수들과 기념촬영하고 사인을 받는 희한한 풍경이 펼쳐졌다.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의 대기실에는 10명이 넘는 방송사 고위 관계자들의 자제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어 일반 관객의 빈축을 샀다.

시청자도 그리 즐겁지만은 않았다.

안방극장에서 본 시청자들은 행사의 공식후원사의 간접 광고가 잦아 눈살을 찌푸렸다.

MC인 신동엽은 진행 도중 협찬사 이름을 4-5차례 강조했고, 후원사 네티즌인기상을 수상한 문희준도 군입대전 동영상 소감에서 또 한차례 언급했다.

올해 뮤직비디오 시상식은 한 소속사에 상이 치중됐고, 출연자 섭외를 위한 상이 마련되는 등 형평성 면에서 지적을 받게 됐다.

제작진의 미숙한 진행은 "국내 최고의 시상식을 준비한다"고 자랑해온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