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 석자를 지웠다. 음악으로만 평가해달라" 2년 만에 새 음반을 내는 문희준(27)은 인터뷰 동안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많이 썼다. 연말 군입대 전 '마지막 음반', '마지막 콘서트', '마지막이라는 생각' 등 4집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만들었는지 재차 강조했다. 그의 의지는 음반 제목에 고스란히 담겼다. '트리플 X'. '문', '희', '준' 이름 석자를 X표를 쳐서 지웠다는 의미다. 자신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음악으로 평가해달라는 간절한 마음에서다. "제 이름 석자를 지웠어요. 재킷에 제 이름도 거의 안 보일 정도로 작게 넣었어요. 아이돌 스타, 인기그룹 멤버, 댄스 음악 가수라는 꼬리표를 떼고 음악만 들어달라는거죠. 재킷 속지에 사진도 안 넣었어요." ▲전곡 '나홀로' 작업했다 4-5월께 문희준은 병무청으로부터 연말 군입대를 통보받았다. 이 소식을 듣고 쓴 곡이 타이틀인 '기억이란 작은 마을'. 그는 "이 곡은 넥스트의 '날아라 병아리'처럼 어쿠스틱한 느낌의 포크록이다"라며 "머리 속에서 군입대가 떠나질 않아 가사도 그런 마음을 담았다. 음반을 더욱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타이틀곡 믹싱만 3번이나 했다"라고 말했다. 4집은 곡당 평균 3개월씩 작업한 9곡으로 채웠다. 문희준의 노래는 '강한 록'이라는 편견을 깨듯 '기억이란 작은 마을', 24인조 오케스트라를 쓴 'May Fly', 일본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의 주제곡을 샘플링한 '잊으려' 등 수록곡은 감미로운 멜로디가 두드러진다. 그러나 수록곡 중 문희준이 추구하는 음악 스타일은 'Easy罵'(이지매)와 '[Sure:side]'. "나쁜 일본 문화를 받아들이는게 안타까워 만든 곡이 'Easy罵'예요. 사실 노래 제목 만드는데만 2개월 걸렸어요. (웃음) 일본어로 쓰기 싫어서 영어와 한문을 조합했죠. '[Sure:side]'는 자살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쓴 가사예요. '모든 사람들이 거꾸로 서있는데 왜 나만 어지러워' 처럼 시적이고 은유적인 표현의 가사가 좋아요." ▲돈 벌려면 록 선택 안했다 문희준은 "돈 벌려면 록을 안 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 겉멋이었다면 한두번 내고 말지 누가 4집까지 내겠냐는 것. 22일은 2001년 솔로로 전향한 문희준의 솔로 데뷔 만4년이 되는 날. "처음엔 제가 한두번 내고 말겠지 생각하고 외면했던 분들이 이번엔 '한번 들어보자'고 하시더군요. 정말 밤을 새가며 열심히 만들었어요. 한두 분씩 마음을 움직인다면 앞으로 힙합, R&B처럼 록도 대중화되는 날이 꼭 오겠죠. 부활, 넥스트 등 선배들이 나가는 길의 뒤를 따라가며 록의 대중화에 동참하고 싶어요." 그는 선배 가수들의 음악적 열정도 예찬했다. "조용필 선배님처럼 나이 들어서도 한결같이 무대에 설 수 있는게 제 평생 꿈"이라며. 그러자 옆에 있던 매니저가 대뜸 "선배 가수들도 희준 씨의 음악적 열정을 칭찬한다"며 "희준 씨는 평소엔 녹음실이 갖춰진 경기도 파주 집에서 작업을 하느라 나오질 않고, 심지어 영화를 보면서도 '저 장면에선 이런 곡을 쓰면 어떨까'라고 다른공상을 할 정도"라고 편을 들었다. ▲연예인 욕하는 사이트서 노래 좋데요 "쇼프로그램 이제 열심히 나가요. 예전에도 하기 싫어서 안한 건 아니였어요. TV에서 재미있게 말하다보니 네티즌의 공격을 받았고 말을 조심하게 됐죠. 프로그램에도 해가 되잖아요. 그래서 아예 출연을 자제했어요." 3집 때 안티 팬들의 공격은 문희준에게 큰 상처이자 시련이었다. 당시 스트레스에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살도 쪘다. 그런데 4집을 준비하면서는 마음이 편안해졌다. 누가 뭐라 해도 신경을 안 쓰기로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안티 팬들의 공격까지 자연스레 줄었다. 이젠 연예인들을 비난하는 한 사이트에서 '문희준 노래 좋다'는 요지의 글이 올라올 정도. "전 밝은 사람이에요. 그런데 4년간 안티 팬들로 인한 마음의 상처와 음악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너무 폐쇄적으로 살았어요. 제 노래 칭찬을 보고 선입견 없이 들어주는 팬들이 있다는 사실에 힘을 얻었죠." 문희준은 11월5-6일 서울 88체육관에서 군입대 전 팬들을 위한 마지막 콘서트를 연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