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한 매니저의 결혼식장에 장우혁(27)이 하객으로 참석했다. 그룹 H.O.T 당시 같은 소속사(SM엔터테인먼트)에서 매니지먼트를 맡아줬던 매니저의 결혼식을 축하하러 온 것이다. 두 사람 모두 그곳을 떠났고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탓에 장우혁의 출연은 의외였다. 그 모습을 본 가요 관계자들은 "역시 의리있네", "정말 기특하네"라며 그를 칭찬했다. ◆그룹 H.O.T, jtL과의 싸움 이처럼 의리남으로 알려진 장우혁. 사람들은 그를 H.O.T에서 댄스 플레이를 화려하게 했던 멤버로만 기억한다. 그러나 H.O.T 해체 후 토니안, 이재원과 함께 그룹 jtL을 거치며 프로듀서로의 능력을 보여준 그는 솔로 데뷔 음반 'NO MORE DRAMA'에서 본인의 색깔을 제대로 드러냈다. 솔로 음반 발표 전 고민. "먼저 든 생각은 승패를 떠나 제가 솔로 음반을 냈을 때 도덕적으로는 괜찮은걸까였어요. 팬들과의 몇몇 약속들이 얽히는 것 같아 음반 제작만 하려 했죠. 그런데 저도 아직 가수로서 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다음 숙제. H.O.T 멤버 중 가장 늦은 홀로서기인 만큼 차별화가 관건. "1인 체제 프로듀싱을 맡아 음악, 재킷 스타일 등 뭐든지 전혀 다른 제가 되는데 초점을 맞췄어요. 객관적으로 장우혁이라는 사람에 대해 냉철하게 생각한 후 작업했죠. 예를 들어 H.O.T 노래가 경직됐다면 전 반대로 눕히려고 노력했어요. 그룹 당시 음악에선 무조건 벗어나야 했어요." ◆더 이상의 드라마는 NO! 대화가 깊어질수록 장우혁은 남들과 공유할 수 없는 고민을 오랜 시간 품은 느낌이다. 음반 제목 'NO MORE DRAMA'. 분명 꽤 의미심장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보통 일상 생활에서 일어날 수 없는 드라마 같은 일들이 제겐 많이 일어났어요. H.O.T, jtL 등 그룹 해체의 반복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죠. 그렇다고 제가 지금껏 드라마 속에서 연기를 한건 아니에요. 단지 제게 닥친 현실이 드라마 같았단 얘기죠. 이젠 혼자여서 그런 일들이 일어나선 안된다는 심정으로 붙인 제목이에요." 음반의 방향을 진두지휘 했지만 가급적 자신의 색깔을 버리기 위해 신인 작곡가, 언더그라운드 래퍼 등을 대거 영입했다. "작곡, 작사, 편곡자를 조합해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이 나오도록 했어요. 타이틀곡 '지지 않는 태양'은 랩, 멜로디 라인의 대중성을 고려해 6번이나 녹음했다가 버렸죠. 이젠 팬들만 제 타깃이 아니라 대중에게 제 음악을 어필해야잖아요. 대충 만들 순 없었어요." 장우혁의 음악 포인트는 랩 같은데 보컬 같고, 보컬 같은데 랩 같다는 것. 미국 팝 시장의 트렌드로 누구나 쉽게 따라부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록곡 'FLIP REVERSE', 'SHAKE IT SHAKE IT' 등은 친숙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사운드가 매력이다. ◆이젠 아이돌 아닌 남자 장우혁도 이제 아이돌 스타의 굴레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본인도 그 부분을 염려한 듯 솔로 음반 재킷 사진에서 남성성이 강하게 풍긴다. 상반신을 노출해 단단한 가슴과 팔 근육을 자랑한 장우혁은 "이젠 나이도 어리지 않고 더 이상 아이돌 스타도 아니죠. 남자가 됐다는 의미예요. 일찌감치 재킷 콘셉트를 잡았고 공백기 동안 운동을 했어요. 72㎏이던 체중이 지금은 64㎏이죠"라며 단단한 팔근육을 쓱 내밀면서 '조작이 아닌 진짜'임을 입증했다. 한층 단단해진 몸 덕택에 댄스에는 절도와 비트가 강해졌다. 지금 그는 머라이어 캐리, 아무로 나미에 등과 작업한 세계적인 댄스팀 엘리트 포스의 흑인 백댄서 3명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장우혁은 "이들이 제 음악을 들으면서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을 때 기분 좋았어요. 춤은 타이밍과 느낌이 중요한데 노래의 강약을 살려주는 댄스도 만족스러워요"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