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내가 혼인신고도 하기 전에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다. 그러나 남자는 혼자서 혼인신고를 마친 뒤 극진히 아내를 간호한다. 그러다 남자는 아내의 친구와 사랑에 빠진다. 가장 절친한 친구가 자신이 첫눈에 반한 남자를 사랑한다고 한다. 그래서 여자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남자를 양보하지만 친구는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고만다. 그러다 여자는 친구의 남편과 사랑에 빠진다. 21일 첫 방송되는 MBC 새 수목드라마 '가을 소나기'(극본 조명주, 연출 윤재문)는 식물인간이 된 여자와 그의 남편, 그리고 여자의 친구가 그리는 아픈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기본 설정에서는 통속적이고도 신파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식물인간이 된 아내를 두고 아내의 친구와 사랑에 빠진다는 상황 자체는 결국 불륜과 다름없다. 그러나 제작진은 "단순한 불륜이나 욕정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연민과 공존할 수 없는 세 사람의 관계 속에 내재된 인간의 양면성을 그리겠다"고 강조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이들의 안타까운 사랑과 갈등, 그리고 감정의 혼란 속에서의 세 사람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 결국 '가을 소나기'가 뻔한 불륜 소재의 드라마냐, 안타깝고 감동적인 멜로드라마냐는 종이 한 장 차이로 갈릴 수밖에 없다. 이 선을 넘고 못 넘느냐는 "불륜 자체보다는 선한 인간들이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내면의 질문들을 이야기하고 싶다"는 조명주 작가의 손에 달렸다. 또한 이 상황을 시청자에게 이해시키고 빠져들게 하는 것은 연기자들의 몫이 크다. 두 여자를 동시에 사랑하는 건축회사 대표 윤재는 오지호가 맡았다. 윤재와 결혼한 뒤 식물인간이 되는 생화학 박사 규은은 김소연이,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윤재와 사랑에 빠지는 연서는 정려원이 연기한다. 그 외 두 여자의 오랜 친구로 연서를 좋아하는 의사 김수형 역은 이천희가 맡았다. '서동요' 출연 파문을 딛고 멜로 연기에 도전하는 오지호, 그리고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통해 주목받은 정려원의 새로운 변신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이라는 계절에 어울리는 전형적인 정통 멜로 드라마 '가을 소나기'가 이 가을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얼마나 자극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