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드라마나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 만큼 통속적이고 일상적인 드라마다." 연출을 맡은 김종창 PD가 24일 시작하는 KBS 2TV 새 수목극 '장밋빛 인생'(극본 문영남)을 두고 스스로 이렇게 말했다. 가난한 친정 식구, 남편과 자식을 위해 억척스럽게 살았던 한 여자가 불륜에 빠진 남편에게서 이혼 요구를 받는다는 점, 느닷없이 암선고를 받은 후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된다는 점, 믿었던 여동생도 불륜에 빠져 간통까지 저지른다는 점 등. 이 드라마는 김 PD의 말처럼 통속적이기 이를 데 없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관심을 받는 것은 '완전한 사랑', '앞집 여자', '두번째 프로포즈'에 이어 '불량주부'까지 30대를 타깃으로 한 작품이 틈새시장을 노려 화제를 불러모았던데다 인기작 '애정의 조건' 작가-PD 콤비가 다시 만나 만드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또한 최진실의 컴백작이라는 점도 화제다. 아직까지 MBC와의 전속계약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진실은 KBS 첫 출연을 강행하고 있다. 그는 이에 대해 "지금은 연기할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함을 느끼고 있다. 이미 시작됐으니 작품에 매달리는 것만이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말로 심경을 표현했다. 금파, 은파, 진정한, 전성기 등 다소 뜻밖의 배역 이름을 내세웠던 '애정의 조건'처럼 '장밋빛 인생'도 캐릭터 성격이 드러나는 배역 이름이 등장한다. 맹순이(최진실), 맹영이(이태란), 반성문(손현주), 이정도(장동직) 등이다. 김 PD는 문 작가를 대신해 "순이와 영이는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여자라는 의미에서, 반성문은 앞으로 반성을 할 것이라는 점에서, 이정도는 이 정도 밖에 되지 않는 남자라는 뜻에서 지은 것"이라 설명했다. 맹순이는 10살때 어머니가 가출한 이후 술독에 빠진 아버지와 어린 두 동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왔다. 뼈빠지게 벌어서 두 동생 공부시키느라 자신은 학업도 포기했다. 그래도 다섯살 연하의 반성문을 만나 결혼하고 두 딸을 낳아 키우며 힘들지만 '이게 그냥 행복이려니'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남편은 애교있는 이혼녀를 만나 사랑에 빠져 이혼을 요구한다. 동생 맹영이는 똑부러진 커리어 우먼이지만 성공 때문에 자신을 버린 첫사랑 이정도를 다시 만나 불륜을 저지르고 미국에서 박사가 된 남동생 철수는 아버지를 팽개친채 그곳에서 눌러산다. 이 모든 것은 맹순이의 팍팍하고 고단한 삶을 설명하는 장치다. 그러나 극은 맹순이가 암에 걸려 사망선고나 다름없는 진단을 받은 후 남편 반성문이 반성을 하며 진정한 부부애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것으로 전환한다. 시사회를 통해 보여진 1회에서 최진실은 말그대로 억척스러운 아줌마 연기를 무리없이 소화했다. 퍼머머리에 남이 버린 재활용 의류함에서 주어다 입은 다 해진 티셔츠, 시아버지 제사상에 문어 대신 주꾸미를 올리는 짠순이 주부로 성심껏 변신했다. 손현주는 지금까지 늘 그러했듯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은 채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연기로 오히려 존재감을 강하게 각인시킨다. 이태란 역시 부담없는 연기자로 다가온다. 그러나 통속적인 소재와 주제로 얼마나 시청자들에게 '남 이야기가 아니다'라는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지는 미지수다. 다소 구태의연함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 구도이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