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새 음반 낸 이치현

"라이브 그룹의 부활과 순수한 공연 문화 정착이 꿈"

"두 딸에게 가수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마지막 그룹 세대로서 다시 한번 라이브 그룹의 부활을 꾀하고 싶었다."

이치현과 벗님들의 이치현이 8년 만에 새 음반 'Un Paso'를 들고 나온 이유다.

고2인 큰 딸은 어린 시절 아빠의 콘서트장에서 꽃다발을 전달한 기억이 있지만 초등학교 5학년인 둘째는 최근 토크쇼에서 아빠의 활동 영상을 본 후 "아빠가 저렇게 유명한 사람이었어?"라고 물었단다.

1978년 해변가요제로 데뷔한 이치현은 79년 3인조 밴드 '벗님들'을 결성, 데뷔곡 '또 만났네'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86-88년 사이 '사랑의 슬픔', '다 가기 전에', '집시여인'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내며 라이브 보컬 그룹으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솔로로는 이번 음반까지 4장째, 벗님들과 비정규 음반까지 포함하면 총 발표한 음반만 13장이다.

86-87년 '사랑의 슬픔'이 80만장, 88년 '집시여인'이 50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솔로로 나선게 92년. 신곡을 발표하는 건 8년 만이다.

작년 12월 완성한 이번 음반에는 88년 당시 라이브 콘서트 실황을 담은 CD까지 따로 수록해 이치현 팬들에겐 소장 가치가 충분하다.

"92년 벗님들 고별 콘서트를 하고 솔로 음반을 발표했다. 당시 서태지와 아이들 등 댄스 음악이 붐을 일으키며 생계를 위해 궁여지책으로 경기도 양평에서 라이브 카페를 운영했다. 이후 미사리로 옮겨 카페촌 문화의 첫 단추를 끼웠다."

그에겐 미사리 카페촌 문화를 일군데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작년부터 7080붐이 일었지만 이미 미사리에는 7-8년 전부터 7080 문화가 자리잡았다.

그러나 IMF가 터졌고 차츰 라이브 문화가 상업적으로 변질되자 그는 98년 미사리를 떠났다.

8년간의 공백기 동안 뭘했냐고 물었다.

정작 이치현은 방송 활동만 안 했을 뿐 단 한번도 노래를 떠난 적은 없다고 했다.

오랜 시간 추구했던 산타나 풍의 음악 스타일도 변하지 않았다.

이번 타이틀곡 '한걸음 더'도 경쾌한 라틴 리듬에 산타나 풍의 기타 연주를 바탕으로 핸드 퍼커션, 드럼의 타악기 연주가 풍성하게 들린다.

해변에서 연인들의 설렌 감정을 담은 이곡은 여름에 잘 어울리는 곡. 발라드곡인 '회상의 언덕'은 세월의 허무함을 느끼는 나이에 예전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순수한 감정을 담았다.

이밖에도 '사랑의 슬픔', '다 가기 전에'를 새롭게 편곡해 수록했고, 88년 라이브 콘서트 실황 CD에는 '또 만났네', '당신만이', '솜사탕' 등 주옥같은 레퍼토리가 담겨있다.

이치현은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을 땐 딸들이 보는 애니메이션 DVD와 동화책을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순수한 마음으로 음악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며 "예전엔 상업적인 부분을 생각해서 음악을 미화했지만 이젠 전주, 간주를 기타 선율 하나로도 표현한다"고 했다.

(올해로 27년째 활동이지만) 내년 데뷔 25주년 음반을 낼 계획이라는 그는 가을께 전국 투어 콘서트도 준비중이다.

"보컬 그룹 출신으로서 쇼가 아닌 순수한 공연 문화를 정착시키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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