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내내 너무 힘이 들었어요." 김혜수가 핏빛 공포영화로 관객들을 만난다. 음달 1일 개봉하는 '분홍신'(감독 김용균, 제작 청년필름)이 그것. '분홍신'은 죽음을 부르는 분홍색 신발에 대한 이야기로 안데르센의 동화 '빨간구두'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그녀가 맡은 역은 구두를 모으는 게 취미인 의사 선재(김혜수). 어느날 지하철역에서 주인이 없는 분홍신을 발견해 집으로 가져온 이후 그녀의 주변에서는 자꾸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27일 오후 서울 삼성동의 메가박스에서 열린 기자시사회 이후 기자들을 만난 김혜수는 "(영화를) 보고 나니 더 긴장이 된다. 자화자찬이 되겠지만 어렵지 않으면서 흥미로운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 속에서 그녀는 남편의 외도에 대한 고민과 새 생활에 대한 불안함, 그리고 분홍색 구두에 대한 집착 등 내면의 다양한 심리를 보여준다. 동시에 눈에 띄는 것은 육체적인 고통. 원혼에 쫓기고 어린 딸과 몸싸움을 벌이던 여주인공 선재는 터지는 형광등과 비처럼 쏟아지는 핏물을 얻어맞기도 한다. 그녀는 촬영 중 힘들었던 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촬영 내내 너무 힘들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중 제일 힘이 들었던 장면은 천장에서 엄청난 양의 핏물이 쏟아지는 신. 한국 영화에서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많은 양의 핏물이 쏟아지는 신이었지만 피를 담고 있던 통이 무게 때문에 감독의 사인 전에 열렸고 김혜수는 한차례 핏물 세례를 받은 뒤에 다시 찍어야 한다는 감독의 요청을 받았다. "나만 고생하는 게 아니잖아요.스태프들도 힘들어하는 데 어떻게 힘든 척을 할 수 가 있겠어요. 씻고 나서 다시 촬영을 했죠." 한편, 김용균 감독은 김혜수에 대해 "근육 쓰는 게 장난 아니더라"는 '독특한' 연기 평을 했다. 얼굴 근육을 사용해 연기하는 게 보통이 아니었다는 얘기. 김 감독은 "우는 연기를 보면서 아무나 따라갈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근육을 사용해 얼굴 표정을 변화시키는 게 효과적이면서도 자연스러워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영화에 대해 "공포영화이니 만큼 당연히 무서워야 하겠지만 이와 함께 스토리의 개연성과 정서의 느낌을 강조하려 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