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장에 대한 강한 의욕,기업가적 직관,창의력,공격성을 지닌 타고난 리더지만 매우 거만하고 감정적으로 반응한다. 복잡한 상황을 처리하는 데 있어 사전준비를 한다거나 주변의 도움을 받기보다는 자신의 빠른 두뇌와 직관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자기 관할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거의 '반항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런 평가를 받는 사람을 리더로 뽑을 수 있을 것인가? 적어도 1981년 제너럴일렉트릭(GE)은 그 같은 무모한 선택을 했다. 그렇게 선택된 인물은 1980년대와 90년대에 걸쳐 도발적인 경영혁신으로 세상을 경악시키며 GE를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으로 바꿔놓았다. 그는 바로 잭 웰치였다. 위의 글은 GE의 인사부가 CEO 후보였던 웰치에 대해 내린 평가였다.


'자아도취형 리더가 성공한다'(마이클 맥코비 지음,김유진 옮김,예지)의 저자는 격변의 시기에 가장 필요한 리더는 자아도취형 리더이며 웰치야말로 대표적인 자아도취형 리더라고 말한다. 프랑크푸르트학파의 핵심인물인 에리히 프롬에게 정신분석학을 배웠고 AT&T,볼보,세계은행 등에 컨설팅하면서 리더십분야의 세계적 명성을 얻은 저자는 스티븐 코비,짐 콜린스,대니얼 골먼 등의 리더십 이론에 대해 과감히 '틀렸다'고 단언한다. 인간성 좋은 리더가 생산성이 높다는 이들의 리더십 이론은 권선징악에 대한 안이한 희망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21세기에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현실의 변화를 앞지르는 혁신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겐 자아도취형 리더가 필요하다. 자아도취형 리더란 위험을 무릅쓰고 누가 뭐래도 자기가 믿는 바를 실현해 내는 인물이다.


자아도취형 리더는 모든 것을 '올인'하는 열정과 끈기로 비전을 향해 돌진한다. 이들에겐 일하는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일은 곧 꿈을 향한 삶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저항할 수 없는 카리스마와 매력으로 사람들을 휘어잡는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나폴레옹,마오쩌둥,링컨,잭 웰치,빌 게이츠,스티브 잡스 등이 있다.


문제는 자아도취형 리더가 언제나 성공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이들의 장점은 뒤집어 놓으면 한결같이 치명적인 단점이기도 하다. 즉 이들은 자신에게 몰입한 나머지 다른 사람과 대화할 줄 모른다. 다른 사람에게는 가혹한 비판을 가하지만 자신에 대한 비판과 반대의견에 대해서는 무시하거나 광분한다. 그렇기에 저자는 '사이코'와 '성공한 기업가'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점에서 저자의 입장은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는 앤디 그루브와 같다.


저자는 자아도취형 리더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잣대로서 '전략지능'을 제시한다.


이는 예측력,시스템적 사고,비전 제시력,동기부여 능력,파트너십 구축력의 5가지 요인으로 구성돼 있다. 그는 이러한 전략지능과 자아도취형의 인격이 결합할 때 격변 속에서 능동적으로 변화를 창조하는 리더십이 탄생한다고 역설한다. 320쪽,1만2500원.


한창수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