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간큰가족'에서 웃음과 눈물 동시 도전


바야흐로 김수로의 시대가 온 것 같다.




그동안 때를 기다리며 부단히 칼을 갈았던 그의 앞에 신작로가 뻥 뚫린 느낌이다.


극장주들의 대대적인 호응 속에 9일 전국 330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휴먼코미디 '간큰가족'은 그 단적인 예다.


이 영화에 대한 높은 기대심리의 한가운데에는 김수로를 향한 신뢰가 자리하고 있다.


관객들은 그가 즐겁게 해주리라 기대하는 것이다.


그에게 단순한 '웃음'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즐거워지기를 바라는 것. 이에 대해 김수로는 "그러게 말이다.


너무 부담된다"며 특유의 '고소한' 웃음을 씩 지어보였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엄살. 그는 "더 웃길 수 있었는데 감독님이 자꾸 자제하라고 해서 진짜 섭섭했다"고 귀여운 푸념을 늘어놓았다.


▲제작사 대표가 두달 쫓아다녀


김수로는 사실 '간큰가족'에 출연할 생각이 없었다.


처음 받아본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것. 그런데 제작사 두사부필름의 허태구 대표가 그를 캐스팅하기 위해 두달간 들인 노력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것은 다름아닌 김수로가 단장으로 있는 조기 축구단 '수시로'의 연습에 열심히 모습을 드러낸 것.


"허 대표가 우리 축구단의 연습장에 나타나 같이 공을 찼다. 두달을 따라다니며 설득하더라. 그 과정에서 시나리오도 많이 좋아져 결국 출연하게 됐다. 그런데 영화가 시나리오보다 훨씬 잘 나온 것 같아 너무 기분 좋다."


그가 이 영화를 선택한 또 하나 이유가 있다.


"톱 배우는 없으나 출연진의 면면에서 내공이 느껴졌다. 잘하면 다크호스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승부욕이 생긴 것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3류 에로비디오 감독을 맡았다.


실향민 아버지의 50억 유산을 타내기 위해 형과 '작당'해서 통일자작극을 꾸민다.


아버지를 속이기 위해 스크린을 누비는 그의 모습에서는 '열심'이 느껴질 정도.


▲더 웃길 수 있었지만 감독이 말려


김수로는 이 영화를 찍으면서 불만이 아주 많았다.


"더 웃길 수 있는데 감독님이 자꾸 자제시켰다. 이 신에서는 '(웃음으로) 다 죽일 수 있겠다' 싶은데도 감독님만은 아니었다. 어떤 날은 그게 너무 섭섭해서 허 대표에게 전화해서 하소연하기도 했다. 100% 자신 있는 연기도 인정을 안 해주니 미치겠더라."


그러나 완성된 영화를 본 지금 그는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영화를 보고나니 전체의 조화를 위해서는 내 연기 톤이 좀 다운될 필요가 있었겠다 싶은 생각도 든다. 여전히 아쉬운 점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영화에 대한 반응이 좋으니 감독님 말씀이 맞는 것도 같고….(웃음)"


▲두보 못갈 지언정 한보 후퇴는 하지 않겠다


24시간 웃고 지낼 것 같은 김수로이지만 사실 그는 진지하고 성실하고 치밀하다.


"두보는 못갈 지언정 한보 후퇴는 않겠다는 생각이다. 꾸역꾸역 지렁이처럼 반보씩이라도 계속 전진하고 싶다. 안정을 꾀하는 스타일이다. 모든 게 다 갖춰졌을 때 그 다음을 내다본다. 그래서 허황된 욕심도 부리지 않는다."


주연급으로 발돋움한 '재밌는 영화' 이후 1년 10개월을 쉬면서도 조급해하지 않은 것은 그 때문.


"그 기간 '마들렌'과 '태극기 휘날리며'에 우정 출연하며 근근히 '생계'를 유지했지만 헛된 욕심은 부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노력을 게을리한 것은 아니다. 때를 기다리며 준비하는 자에게 기회가 오는 것이다."


결국 그런 긴 기다림 끝에 그는 '바람의 전설' 'S다이어리'를 거쳐 '간큰가족'에서 주연을 맡았다.


그리고 그의 말을 빌리면 현재 "시나리오가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


▲서서히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나갈 때


그는 "이제부터 잘해야한다"고 힘줘 말했다.


"지금까지는 웃음만 줬다면 '간큰가족'을 통해 눈물에도 자연스레 도전한 것이다. 다음에는 관객들을 놀래켜주고도 싶고 관객 앞에 멋지게 나서고도 싶다. 기본은 웃음이지만 웃음의 함량을 조금씩 줄이는 대신 그 자리에 다른 감성을 채워넣고 싶다."


그는 차기작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는 페이소스 짙은 연기에 도전한다.


"자신감이 요즘처럼 팽배한 적이 없었다. 이제는 뭐든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미치겠다. 시간이 너무 없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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