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TV 수목극 '내 이름은 김삼순'(극본 김도우, 연출 김윤철)이 파죽지세다. 첫날 17.4%의 시청률을 기록하더니, 2일 방영된 2회에서 22.9%로 훌쩍 뛰었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결과) 수도권 지역에서는 24.0%를 기록하기도 했다. 단 2회 방영됐을 뿐인데도 시청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모처럼 제대로 된 '로맨틱 코미디'를 만났다는 반가운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사랑의 상처로 인해 여자에겐 시니컬한 부잣집 아들이자 능력있는 남자라는 설정은 흔히 있지만, 노처녀에 '뚱녀' 인 평범한 여자란 캐릭터는 쉽게 만날 수 없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의 흥행 성공은 영화계에서 금의환향한 김선아의 의기충천한 연기 내공에 있다. 드라마 '황금시대'를 끝으로 영화라는 한 우물을 판 김선아는 주조역급 배역을 거쳐 'S다이어리', '잠복근무' 등의 흥행으로 마침내 영화계에서도 보기 드문 '원 톱 여주인공'의 위치에까지 올라섰다. 물론 그의 주무기는 코미디다. '뚱녀' 삼순이를 위해 실제 6㎏을 찌운 그는 영화에서보다 못생겨진 얼굴과 통통한 몸매로 안방극장을 무장해제시킨 것. 마스카라가 줄줄 흘러 엉망이 된 얼굴, 부스스한 머리, 섹시 또는 코믹한 춤솜씨, 갖가지 표정 연기로 70분 내내 정신없이 시청자들을 공략한다. 김선아가 농익은 연기를 펼치고 있다면 현빈은 신선함이 돋보인다. 드라마의 기본 구조를 깨고 오히려 남자주인공이 상큼한 느낌을 주고 있는 것. 시트콤 '논스톱4'에 출연후 영화 '돌려차기'에 이어 작년 가을 드라마 '아일랜드'의 강국으로 인사했던 신인급 연기자다. '아일랜드' 끝난 직후 곧바로 MBC 드라마 출연을 약속했고, 작품은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결정됐다. 11월 이후부터 내내 그는 현진헌을 준비해왔다. '준비된 현진헌' 현빈은 실연당한 삼순과 첫 대면한 이후 비아냥띤 미소를 머금지만, 능력있는 파티쉐를 지켜야 한다는 심경으로 2회 내내 삼순을 쫓아다니면서 현진헌은 모르지만, 시청자는 아는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연기했다. 김사현 책임 프로듀서(CP)는 '내 이름은 김삼순'이 호평받자 "이제 겨우 배 아픈 수준은 넘어섰다"며 그동안 KBS에 밀려있던 악전고투의 시간을 반추했다. 그는 드라마의 성공 요인으로 두 배우를 꼽았지만,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프로 김선아와 신인 현빈의 연기 앙상블을 이끌어내고 있는 연출력"이라고 말했다. 김윤철 PD는 '베스트극장' '늪'을 통해 몬테카를로 TV 페스티벌에서 최고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다. 김 CP는 "능숙하지만 자칫 지겨울 수 있는 김선아와 신선하지만 미숙해 보일 수 있는 현빈의 장단점을 버무려 조화를 이루는 연출"이라며 뿌듯함을 내비쳤다. 김 PD는 두 사람이 신경전을 벌일 때 화면을 1초 이상 지속하지 않고 교차 편집하는 방식, 상대방의 시각으로 카메라를 잡아 우울한 상황을 코믹하게 느끼게 하는 방식을 비롯해 새로운 영상을 선보이고 있다. 김도우 작가의 휴머니즘 추구도 눈에 띈다. 자칫 가볍다는 인상에 치우치기 쉬운 인터넷 소설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삼순의 대사와 삼순을 대하는 진헌의 태도에서 인간미를 느끼게 하며 희극이 전하는 감동의 코드에 충실히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한가지. 잦은 욕설은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한다. 삼순의 욕설은 삼순의 캐릭터를 설명해주는 주요한 코드. 그렇다 해도 극 내내 등장한 욕설은 듣기에 부담스러울 정도다. 시청자 주미옥씨는 "김선아씨 연기 아주 제대로고, 현빈의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환상이다. 다만 딱 한가지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데 바로 '욕설'. 청소년도 볼텐데 안방에서 '개XX'라는 말이 버젓이 등장해 깜짝 놀랐다"고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박신애씨 역시 "시청률이 이렇게 높아지면 영향력이 더 커질텐데 걱정이다"고 적었다. 현행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방송은 바른 언어생활을 해치는 억양, 어조 및 비속어, 은어, 유행어, 조어, 반말 등을 사용하여서는 안된다'고 돼있다. 이에 대해 김 CP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준의 욕설이다. 만나고 충돌하고 자리잡는 과정에서 나온 밝은 욕의 개념이다. 두 사람의 관계가 궤도에 접어들면 욕설이 거의 없어질 것"이라 밝혔다. 방영 첫주에 완전 독주 체제로 접어든 '내 이름은 김삼순'이 과연 어느 만큼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