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영령들의 염원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이루어지리라 믿습니다." MBC 특별기획드라마 '제5공화국'(극본 유정수, 연출 임태우)에서 전두환 역을 연기하는 탤런트 이덕화가 2일 오후 광주광역시 운정동 국립 5.18묘지를 참배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진중하게 울려퍼지는 가운데 방명록에 위와 같은 말을 남기며 오후 3시경 입장한 이덕화는 이 드라마의 기획자인 신호균 CP, 임태우 PD 등 주요 제작진 10여명과 함께 분향하고 희생자들에 대해 묵념했다. 검은색 정장 차림의 이덕화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참배한 뒤 "내가 본인(전두환 전 대통령)이었으면 정말 좋았을 것"이라는 한마디로 광주 묘역을 방문한 소감을 밝혔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직접 참배하러 왔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의미다. 그는 이어 "광주는 여러 번 왔지만 이곳은 처음이다. 드라마 시작 전에 왔어야 했는데 이제야 오게 되어 유가족과 광주시민들에게 죄송스럽다"면서 "유가족과 피해자 분들이 양해하면 편하게 연기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이덕화 등 '제5공화국' 제작진은 실제 묘역으로 이동해 5.18 당시 최초의 희생자인 고 김경철 씨 묘와 당시 전남대 총학생회장인 고 박관현 씨의 묘 등을 둘러봤다. 김경철 씨의 묘를 보며 "생년월일이 나와 비슷하다"며 감회에 젖은 이덕화는 한 시간 가량 묘역에 머물며 희생자들의 영정과 위패가 있는 유영봉안소와 구묘지, 자료실 등을 둘러봤다. 한편 그는 참배 후 5.18 기념재단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남선(51) 당시 시민군 상황실장 등 5.18 관련자들을 만나 당시 상황과 드라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80년 당시 전남대 학생회 총무부장이었던 양강섭(51) 씨는 "'제5공화국을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보고 있다"면서 "25년이 지나고 보니 많은 부분이 잊혀져가고 있다. 드라마를 통해 일깨워줘서 감사하다"고 제작진에 고마움을 전했다. 또 박남선 씨는 "5.18을 피해자가 아닌 쿠데타에 대한 저항, 항거, 항쟁의 시각으로 그렸으면 좋겠다"면서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사실에 충실하게 제작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반면 광주 미문화원 방화 사건의 핵심 인물로 현재 광주시청에 근무하는 임종수(45) 씨는 "드라마를 보면서 전두환 미화 부분에 대해 굉장히 불쾌한 점이 있었다. 만약 이완용 드라마를 만든다면 이완용을 매국노로 다뤄야지 연기나 연출에 의해 미화되는 것은 드라마의 역기능이 될 수 있다"면서 "'제5공화국'도 더 철두철미하게 견제와 비판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획자인 신호균 CP는 "감정이 아닌 객관적 사례를 통해 접근하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면서 "전두환 미화논란은 4-5회에서 보안사령관이 정상적 공적 업무 수행을 그리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이며, 불법 쿠데타와 학살 등 12.12와 5.18 장면이 나가면 시선이 바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임태우 PD는 "악역들이 주인공인 드라마라고 해서 야비하게 그린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그들의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정공법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두환 개인을 그리지 않고 역사적, 정치적인 시각에서 전두환과 신군부를 그리고 있다"면서 "멜로디가 있는 음악 사용을 자제하는 등 감정이입을 유도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욱 사실적인 드라마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