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이' 본 후 활동 의욕 회복 "시각장애 솔(soul) 가수 레이 찰스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레이'에서 '그 후 그는 40년 동안 수많은 히트곡을 냈다'는 자막이 있었다. 그때 문득 정신이 들더라. 올해로 가수 생활 13년째, 손가락으로 내 히트곡을 꼽아보니 이럴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 자막 한줄. 이달 중순 발매될 10집 'Be Like'를 막바지 녹음중인 가수 김건모(37)가 정신을 차린 계기다. 2003년 12월 돌연 '방송 은퇴' 선언을 했던 그는 "그때는 기분이 정말 '다운'이었다. 그냥 방송을 하기 싫었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게 '업'이다. 기분이 다르다. 잘할 의욕과 자신감이 솟는다"며 웃었다. 일부에선 '9집 때 음반 판매량이 저조하니 다시 방송에 출연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할지도 모른다. 그로 인해 한때 그의 마음이 복잡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주위의 시선을 모두 신경쓰면 음악을 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오로지 곡 작업에만 전념했단다. ▲재즈 가락에 솔 음색 인상적 5월 31일 오후 6시 서울 압구정동, 김건모가 작업중인 제이엔터컴 녹음실. 9집 때 만난 이후 7개월만이다. 얼굴 살이 쏙 빠졌다. 핼쑥한 느낌이다. 정작 본인은 "요즘 작업하느라 규칙적인 시간에 술을 안 먹어서 그렇다. 오전 6시에 경기도 분당 집에 들어가서 밤새 작업한 곡 들으며 혼자 소주 한잔을 걸치니…"라며 너스레를 떤다. 현재 10집 수록곡 중 4곡 가량 녹음이 남았다. 그는 "완성된 곡을 들려주겠다"며 지하 녹음실로 안내했다. '돌아와'(가제), '서울의 달', '사랑했던 니가'(가제), '발가락', '방랑' 등 5곡을 연이어 감상하라더니, 본인은 키보드에 앉아 건반을 누르며 립싱크를 한다. 곡에 심취한 듯 얼굴 표정에 감정도 잔뜩 실었다. 김건모 다워서 웃음이 나온다. 레이의 영향일까. 전체적으로 멜로디에 '재즈 필'을 잔뜩 버무렸다. 하긴 그는 작년 분당 집에 틀어박혀 재즈 피아노를 배우는데 심취했었다. 목소리는 마치 흑인의 음색처럼 솔 성향이 짙다. "'서울의 달', '발가락', '돌아와' 모두 솔 냄새가 물씬 풍긴다. 정형화된 리듬 속에서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피아노를 치면서 그때 그때의 느낌대로 애드리브를 넣으며 노래하고 싶다." 마치 레이를 떠올린 발언인 듯하다. (김건모가 작곡한 '서울의 달' 뮤직비디오에서도 그는 레이처럼 재즈 바에서 피아노를 치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9집 때 느꼈던 거칠고 탁한 음색이 사라져 곡도 정화된 듯하다. 9집 때는 자연스러움을 강조하고자 일부 곡을 한번에 녹음, 음이 살짝 안 맞았지만 그대로 삽입했기 때문이다. 정작 10집에 본인이 쓴 곡은 두곡 정도. 늘 호흡을 맞춰 온 최준영이 전곡의 작사를 맡았고, 김종국의 '한남자'를 쓴 황찬희 등 한창 떠오르는 신인 작곡가도 참여했다. ▲올해는 잘될 것이다 희망적 9집 당시 극심한 음반 시장 침체와 방송 출연을 하지 않은 탓에 김건모는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저조한 음반 판매량을 기록했다. 개인적으론 무척 심란했을 것이다. "그 어떤 대단한 가수여도 이제 음반 판매량을 예측하기 힘들다"고 하자 "신경 안 쓰고 싶다. 개인적으로 의욕도 있고, 음반에 공도 들였고. 음, 올해는 잘될 거라는 생각으로 한다." 사실 방송에 노출하며 활발히 활동하겠다고 생각한 배경 중 선배 가수들의 왕성한 활동도 큰 힘이 됐다. 이선희를 비롯, 40대의 소방차가 새 음반을 내고 활동중이고, 절친한 누나 박미경도 7집으로 돌아왔으니. "방송사에 가면 어린 후배들만 있으니 늘 내가 대기실에서 대장이었다. 방송 출연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한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쟁쟁한 선배 가수들이 모두 활동중이다. 가요계에는 이처럼 내 윗 선배들도 존재해야 한다. 정서적으로 안정이 된다." 9집 때 30여회 전국 순회 공연을 펼쳤던 그는 올해도 콘서트에 대한 욕심은 변함이 없다. 이미 17, 18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10집 출시 기념 '열번째 기다림' 콘서트를 펼친다. 뮤직시티와 야후 코리아가 공동 주관하는 이번 공연은 수익금을 시각장애우 돕기에 쓰며 김건모는 노 개런티다. 9월부터는 전국 순회 공연이 이어진다. "나이 마흔이 다 됐는데 그러다가 결혼은 언제 하냐"고 묻자 "결혼은 안한다. 할 일이 많고 자신도 없다"며 고개를 내젓는다. 인터뷰를 끝낸 후 팥빙수를 먹으며 새로 장만한 파란색 차를 자랑하고, 자동차 경주게임인 '카트 라이더'에서 시간 기록을 줄이는 방법을 진지하게 설명하는 모습을 보니 '아직은 관심사가 따로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