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는 작아도 바위를 지고,여자는 작아도 남자를 안는다' '첫날밤에 등창난다(결정적인 때에 탈이 나서 일을 그르친다는 뜻)' '방 중에는 서방이 제일이고,집 중에는 계집이 제일이다'…. 성(性)을 소재로 한 속담만큼 기지가 번득이는 말이 또 있을까. 청주대 국어국문학과 정종진 교수는 성 속담을 "최소한의 몸피로 최대한의 허세를 무찌르는 최단거리 언어"라고 말한다. 솔직하고 과감해서 담숨에 진실로 통하면서 절묘한 말맛에 경이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하지만 예의와 염치 때문에 남녀의 성기를 이르는 말은 입에 올리는 것조차 꺼리다 보니 성 속담이 제 자리를 잃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 교수가 고금(古今)의 우리 성 속담을 모아 펴낸 '한국의 성 속담 사전'(범우사)은 그래서 주목된다. 2600여개의 표제어를 훑다 보면 성 속담의 풍부함과 기발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유형은 남녀의 성기를 이르는 말이 포함된 속담.'고자 X(남자 성기) 자랑하듯' '못난 수캐 앉으나 서나 X자랑만 한다'(못난 사람이 주제도 모르고 제 자랑만 한다) 등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다. '과부가 재수 없으면 뜨물을 마셔도 애가 선다' '재수 없는 년은 머슴방에 가도 고자 곁에 눕는다' '기생이 열녀전 끼고 다닌다' '첩 많은 놈 간 갈라진다' '갈보 집에서 예절 따진다' 등 특정 부류를 빗댄 속담도 많다. 정 교수는 "속담처럼 위대한 유산이 어디 있느냐"며 "성 속담을 점잖지 못한 말이라고 오해해 살려 쓰지 않고 천대하는 것은 거대한 보물창고를 버려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